2013년 7월 3일 수요일

[교육개발웹진 2013년 여름호] [KEDI 소식]


한국교육개발원,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관 연구기관 평가에서 5년 연속 '우수기관'에 선정돼
한국교육개발원(KEDI, 원장 백순근)이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이하 '경사연') 소관 연구기관의 2012년도 기관평가에서 '우수기관'으로 선정되었다. 경사연의 이번 기관평가는 2012년도 실적을 중심으로, 소속 23개 연구기관 및 2개 부설기관, 1개 대학원을 대상으로 실시되었으며, 평가결과는 연구기관, 연구회, 국무조정실, 기획재정부 등 각 기관의 필요와 목적에 맞게 활용될 예정이다. 이로써 한국교육개발원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 연속 '경영을 잘한 기관'이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이와 함께 한국교육개발원의 김창환 교육조사·통계연구본부장이 '한국의 교육지표·지수 개발 연구(I): 교육정의지수 개발 연구'로, 황준성 교육정책연구본부 교육정책네트워크연구실장이 '교육지원청의 기능 개편 안정화 방안 연구'로 경사연이 수여하는 '우수 연구자상'을 각각 받았다.

한국교육개발원 기관발전자문위원회 제1차 회의 개최
백순근 한국교육개발원 원장은 5월 21일(화) 송광용 전 서울교대 총장 등 11명을 한국교육개발원(KEDI) 기관발전자문위원회 위원으로 위촉하고, 서울 반포동에 있는 수라온에서 제1차 자문위원회 회의를 가졌다. 회의에서는 백순근 원장의 인사말에 이어, 박영숙 기획처장의 기관현황 보고가 있었으며, 송광용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들의 KEDI 연구·사업의 방향과 기관발전에 대한 조언과 당부가 있었다.

교육계 등 각계 인사들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는 5월부터 1년간 활동하면서 KEDI의 기관 이전 및 발전을 위한 그랜드 플랜 수립, 성장동력 발굴, 세계수준의 교육정책연구기관으로의 도약을 위한 청사진 제시 등에 대해 다양하고 깊이 있는 아이디어와 의견을 제공할 계획이다.

백순근 한국교육개발원장,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주최 제2차 창조경제 종합토론회서 '창의적 융합인재 육성과 창업지원을 위한 대학혁신방안' 제시
백순근 한국교육개발원 원장이 지난 5월 15일(수), 16일(목) 이틀간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이하 '경사연') 주최로 서울 반포동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제2차 창조경제 종합토론회에서 '창의적 융합인재 육성과 창업지원을 위한 대학혁신방안'이라는 제목으로 주제발표를 했다. 백 원장은 주제발표에서 "창조경제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대학의 창의·융합 인재 육성을 통한 청년 창업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면서 청년들의 창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위한 구체적인 대학혁신방안을 제시하였다. 이와 함께 백 원장은 독일(Qualitaetpakt Lehre 프로젝트, 베를린공과대학의 Mint 프로그램), 일본(대학발신산업창출거점 프로젝트, 도쿄대학의 국제공학교육추진센터), 미국(노스캐롤라이나 주의 Research Triangle Park, MIT의 미디어랩) 등 선진국 사례와 서울대(창의·융합 교육과정 개발), 조선대(창업역량 강화 프로그램), 포스텍(미래 IT 융합연구원) 등 국내 사례를 비교·분석해 구체적인 시사점을 제시하였다. 한편 이날 열린 창조경제 토론회에서는 경사연 소속 26개 국책연구기관들이 다 함께 참여해 '창조경제 구현을 위한 부문별 실천전략'을 심도 있게 모색하였다.

한국교육개발원 초기 현판 발굴
필자가 한국교육개발원에 근무하던 1980년대 중반부터 뜻이 맞는 몇 사람(윤양희, 정하원, 김영우, 임선하)은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근처의 화랑과 고서점을 다니면서 감식안을 키웠다. 이후 필자는 교육박물관 설립을 꿈꾸면서 교육 관련 자료를 수집해오고 있다. 힘껏 노력한 결과 지금은 3만여 점의 자료를 소장하게 되었고, 조만간 교육박물관을 개관할 예정이다.

이런 인연을 가진 김영우 선생과 나는 둘 다 비록 한국교육개발원을 떠났지만 가끔씩 연락을 주고 받는 관계였다. 평소 건강하던 그였지만 재작년 겨울 급작스럽게 세상을 뜨고 말았다. 그의 손때가 묻은 수집품들은 여기 저기 흩어지게 되었다. 얼마 전 사모님에게서 연락이 왔다. 유품을 다 정리했는 줄 알았는데, 집안 어느 반닫이 속에 그림과 글씨가 들어 있더라면서 시간이 나면 들러 감정을 해달라는 부탁이었다. 마침 율곡연수원에서 강의가 있어 멀지 않은 일산의 집에 들렀다. 반닫이를 열고 보니 족히 100여 점은 넘어 보이는 그림과 글씨가 둘둘 말린 채 쌓여 있었다. 하나 하나 정리하면서 작가의 이름과 시장 가격을 알려드리다 한국교육개발원 초기 현판 글씨를 발견하였다. 한글로 한국교육개발원을 내려서 쓰고, 서봉 김사달 기미하절(西峰 金思達 己未夏節)이라 낙관하였다. 그리고 작은 글씨로 현판 제작용 원본이라고 써 있었다. 교육자이면서 의사인 서예가 김사달 선생이 1979년 여름에 쓴 것임을 알 수 있다.

현판 제작용 원본이라 하면 그것을 현판 제작용 판(주로 나무 재질)에 부착하고, 글씨를 새기는 용도이기 때문에 원본이 남아 있기는 어렵다. 추측컨대 원본을 복사하여 현판 제작에 활용하고, 원본은 남겨두었으리라 짐작된다. 이 때 남겨진 원본이 어떤 경로를 거쳐 김영우 동문의 손에 들어가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 당시의 분위기로는 아무도 관심 갖지 않던 이 자료를 그가 입수하여 지금까지 고이 간직해 왔던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 한국교육개발원 정문에 부착되어 있는 현판과는 다른 글씨체를 가진 김사달 글씨의 현판은 분명히 첫 번째 현판은 아닐 것이다. 1972년 8월에 설립된 한국교육개발원은 설립 초기부터 그 위상이 매우 높았다. 1978년에 이미 영국 브리태니커사가 선정한 세계 10대 교육연구기관에 들었을 정도였다. 그러니 그 당시의 저명인이 쓴 현판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최초의 현판이 존재했었는지, 존재했다면 누가 썼는지 그리고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이번에 발굴된 현판은 비록 현판 제작용 원본이기는 하지만 한국교육개발원의 중요한 역사적 자료임에 틀림이 없다. 원본을 이용해 새롭게 현판을 제작하여 보존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 현판 글씨를 쓴 김사달 선생과 관련하여 몇 가지 생각을 해본다. 1979년에 최고로 잘 나가던 기관에서 당대의 최고 서예가가 아닌 그에게 현판 글씨를 의뢰한 이유가 궁금해진다. 비록 그는 서예가로 이름을 얻기는 했지만, 그의 스승 손재형, 명필 가문의 김응현, 김충현 형제, 그리고 동문 수학한 서희환과 김기승의 글씨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는 서예가로서보다는 독학으로 의사가 된 사람이나 수필가라는 칭호가 더 어울린 사람이었다. 이런 그의 이력이 가난한 나라의 발전을 위해 교육에 운명을 걸었던, 당시 원장이었던 이영덕 박사님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은 아니었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현재 한국교육개발원에는 이번에 발굴된 현판 외에 그가 쓴 두 점의 작품이 더 있다. 하나는 제1회의실에 있는 굴원의 시 글씨이며, 다른 하나는 도서실에 있는 국민교육헌장 글씨이다. 필자는 한국교육개발원에서 13년 동안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하였다. 현재는 현대창의성연구소 소장으로 일하면서 교육박물관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2013년 5월 /임선하 현대창의성연구소 소장·KEDI 동문)

제4회 국제청소년학술대회 개최
한국교육개발원 영재교육연구센터에서는 국내외 청소년들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흥미나 관심 주제에 대해 스스로 주도적으로 연구하여 그 결과를 연구논문 형식으로 발표하는 제4회 국제청소년학술대회(The 4th International Conference for Youth)를 개최합니다. 관심 주제별 또래 국내외 청소년들과 함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ICY는 국제학술대회 경험을 통한 글로벌 연구역량을 강화하고, 국내외 청소년 여러분을 창의 적인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 드리오니 많은 참여 바랍니다.

■ 일시 : 2013년 8월 1일(목) ~ 8월 2일(금)
■ 장소 : 서울대학교 문화관(73동), 멀티미디어 강의동 (83동)
■ 주최 : 교육부
■ 주관 : 한국교육개발원 영재교육연구센터
■ 후원 :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서울대학교
■ The 1st ICY : 9개국 총 105팀 200여명 참여 - 미국, 싱가포르, 일본, 몽고, 인도, 중국, 러시아, 카자흐스탄, 대한민국
■ The 2nd ICY : 6개국 총 129팀 300여명 참여 - 미국, 캐나다, 홍콩, 우즈베키스탄, 타이완, 대한민국
■ The 3rd ICY : 8개국 총 200팀 1,000여명 참여 - 미국, 중국, 홍콩, 러시아, 싱가포르, 일본, 말레이시아, 대한민국
■ The 4th ICY : 10개국 총 250팀 1,000여명 참여 - 중국, 홍콩, 미국, 몽골, 가나, 감비아, 프랑스, 뉴질랜드, 호주, 대한민국

[교육개발웹진 2013년 여름호] [현장르포] 여대생들의 특별한 합숙…"타인과 사는 법 깨달았죠" - 서울여자대학교 53년 전통 기숙사교육


올해 서울여대에 입학한 연지현(19)씨와 이지은(19)씨는 학기 초인 지난 3월 말부터 3주간 기숙사 생활을 했다. 원래 지현씨의 집은 서울이고 포항이 고향인 지은씨는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하고 있지만 이 기간만큼은 집을 떠나 기숙사 생활을 했다. 두 사람과 함께 기숙사 608호에 딸린 방 4개를 나눠 쓰는 다른 13명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엔 진짜 어색했죠. 다들 전공도 제각각이고 고향도 다르잖아요. 괜히 휴대전화를 쳐다보고 평소엔 안 하던 공부를 하는 친구도 있었어요." 기숙사 입소 첫날, 608호에 들어온 15명의 학생 사이엔 침묵이 감돌았다. 처음 본 사이다보니 같은 방에서 옷을 갈아입는 것도 꺼렸다. 청소와 정리는 스스로 해야 했다. 초ㆍ중ㆍ고 내내 대부분 혼자 방을 쓰고 청소와 빨래는 엄마에게 맡겼던 학생들에겐 생소한 일이었다. 지은씨 역시 "대학에 오기 전까진 혼자 방을 썼고 청소도 거의 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들어온 지 셋째 날이 되자 화장실 휴지통이 꽉 찼다. 아무도 치울 엄두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그날 밤 608호 학생들은 회의를 열어 세 가지 생활규칙을 정했다. 첫째는 거실과 화장실 청소는 함께 하기, 둘째는 샤워한 뒤 빠진 머리카락은 직접 치우기, 셋째는 분리수거 잘하기였다. 3주 간의 합숙을 마친 지현씨는 "다른 사람과 함께 사는 법을 조금은 배운 것 같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기숙사 생활을 한 건 서울여대 신입생은 의무적으로 거쳐야 하는 '바롬인성교육'을 받기 위해서다. 바롬은 '바르다'의 순우리말이다. 서울여대 신입생이라면 1학년 1학기 때 3주 동안 바롬인성교육관에서 합숙생활을 해야 한다. 올해도 1학기 동안 신입생 1,800여 명이 네 번에 걸쳐 교육을 받고 있다.
합숙·강의 통해 꿈 찾고, 인성 기르며, 대학생활 배워
3주 동안 그냥 합숙만 하는 건 아니다. 정규수업이 끝난 오후 7시부터 두 시간 동안 인성 등에 대한 수업을 듣는다. 강의내용은 크게 세 가지다. 인생 그래프 그리기 등을 통해 꿈을 찾고, 예절 등 인성을 배우며, 선배들로부터 대학생활에 대해 조언을 듣는다. 합숙기간 동안 생활지도교사 9명과 30여 명의 강사진이 교육을 맡는다. 오전 7시부터는 인성을 주제로 한 원어민 영어수업도 진행된다. 예를 들어 용기(courage)나 자선(charity)에 대한 자신의 경험을 돌아가면서 영어로 발표하는 식이다. 비용은 전액 무료다. 학생들은 하루 2,500원 정도의 점심값만 낸다.

기자가 서울여대를 찾은 지난 3월 28일. 다른 대학이라면 새 학기를 맞아 신입생 환영회와 개강파티로 캠퍼스와 주변 술집이 들썩일 시간이었지만 서울여대 바롬인성교육관엔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이 건물은 서울여대가 인성교육을 위해 1998년 지은 것이다. 서울여대 관계자는 "오로지 인성교육만을 위해 10층짜리 건물을 짓고 학생들에게 무료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대학은 서울여대 뿐"이라고 말했다. 건물 2층으로 올라가자 8개 강의실에선 예절 수업이 한창이었다. "여러분, 인사(人事)라는 한자의 뜻은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이라는 뜻이에요. 인사는 그저 상대방에게 밝은 모습을 보여주는 게 아닙니다. 내가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먼저고 그것이 몸 밖으로 표현돼야 하는 거죠." 전문예절강사의 설명에 따라 학생들은 2시간 동안 악수나 인사 등 기본적인 예절을 직접 실습했다. 수업이 끝난 뒤엔 9시부터 기숙사에 모여 방별로 생활지도교사의 지도로 생활교육이 이어졌다. 이날의 생활교육 프로그램은 '빨래통 놀이'였다. 15~16명이 엉킨 빨래처럼 옆 사람과 양손을 엇갈리게 맞잡은 뒤 이를 풀어내는 놀이다. 혼자 힘으로는 절대 엇갈린 양팔을 풀 수 없고 함께 몸을 부대끼고 머리를 맞대야 한다.
1961년 개교 때부터 내려온 전통…"너무 내 생각만 하며 살았구나" 깨달아
합숙을 통한 서울여대의 인성교육은 1961년 개교했을 때부터 내려온 전통이다. 바른 성품을 갖지 않으면 기술과 지식이 아무리 뛰어나도 사회를 위해 제대로 쓰일 수 없다는 취지에서다. 개교 당시엔 '생활교육'이란 이름으로 불렸다. 전쟁 직후 한국이 막 성장하던 시절 농촌을 변화시키는 여성지도자를 기르는 게 목표였다고 한다. 그래서 교육과정 중엔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우는 시간도 있었다. 버스나 교통수단이 없는 농촌지역을 돌아다니기 위해선 자전거가 필수였기 때문이다. 체력단련을 위해 수영을 가르치던 때도 있었다. 개교 당시엔 4년 내내 합숙생활을 했다. 3년 간 생활관(기숙사) 교육을 마치고 나면 1년 동안은 일반 가정집과 똑같이 생긴 실습주택에서 직접 요리를 하고 청소도 했다. 서울여대 관계자는 "지도자가 되기 위해선 청소·요리·빨래 등 스스로 생활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후 학생 수가 늘면서 합숙기간이 조금씩 줄었다. 1981년부터는 '사회지도자 훈련'으로 과목이름이 바뀌면서 합숙기간도 한 학기가 됐다. 지금처럼 3주간의 합숙교육이 정착된건 1998년부터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학원과 시험 부담에서 갓 해방된 대학생들에게 합숙을 통한 인성교육은 너무 가혹하지 않을까. 경영학과 1학년 권소망(19)씨는 "솔직히 처음 들어갈 때는 불만도 있었어요. 그런데 3주 동안 지내면서 '고등학교 내내 내 공부, 내 성적…. 너무 내 생각만 하며 살았구나'라는 걸 깨달았어요"라고 말했다. 권씨는 요즘 무슨 일이든 남을 먼저 배려하게 된다고 했다. 외국인 학생이라고 예외는 없다. 중국 출신인 경영학과 1학년 왕샤오핑(27)씨는 "합숙을 하면서 한국인 친구들과 자연스레 친해질 수 있어 학교생활에도 큰 도움이 됐다."며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합숙을 들어가고 싶다."고 웃었다. 실제로 지난해 합숙교육을 받은 신입생 2,000명을 상대로 만족도를 조사했더니 '인간관계에 도움이 됐다'는 응답이 5점 만점에 4.5점 나왔다. '친구들과 협력하는 법을 배웠다'(4.3점)는 답도 많았다. 올해 1차로 교육을 받은 52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선 학생들의 도덕성과 배려심 등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나'· '사회'· '세계'를 깨우는 교육
서울여대의 인성교육은 1학년으로 끝나지 않는다. 2학년 때는 2주간 합숙을 하며 주로 소통ㆍ공감하는 법을 배운다. 3학년이 되면 합숙은 하지 않지만 한 학기 동안 프로젝트 수업을 통해 인권 문제 등 사회적인 이슈를 다룬다. 1~3학년 모두 1학점짜리 필수교양과목이라 이 수업을 듣지 않으면 졸업할 수 없다. 1학년 때가 꿈과 인성에 대해 배우는 '나를 깨우는 교육'이라면 2학년 때는 타인에 대한 배려심을 배우는 '사회를 깨우는 교육', 3학년은 전 세계 이슈를 다루는 '세계를 깨우는 교육'이다. 권계화(수학과 교수) 서울여대 바롬인성교육원장은 "핵가족화와 입시 경쟁으로 중·고등학교 때 인성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사회 진출을 앞둔 대학생들에게 타인과의 소통능력 등 인성을 길러주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인성교육이 취업에도 플러스 요인이 된다고 했다. 중어중문학과 4학년 이지애(22)씨는 "취업한 선배들이 '학교 때 배웠던 예절과 인성교육이 직장에서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할 때 도움이 된다'는 말을 많이 한다."고 전했다. 서울여대의 인성교육은 다른 대학들의 벤치마킹 대상이다. 지난해에만 울산대 등 14개 대학이 바롬인성교육 프로그램을 견학했다.
연세대 '레지덴셜 칼리지'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성균관대 '인성 강의' 등 운영
서울여대 뿐만 아니라 최근 국내 대학들은 인성교육을 강화하는 추세다. 연세대는 올해부터 전체 신입생이 한 학기 동안 인천 송도의 '레지덴셜 칼리지'에서 생활하게 한다. 하루 24시간을 학교 안에서 교수·동료들과 보내며 일상 속에서 전인교육을 받게 하는 것이다. 정갑영 총장은 지난해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공동체 생활을 통해 지도자가 되기 위한 소양을 익히고 문화적 다양성을 수용하는 능력을 키우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화여대, 숙명여대도 유사한 형태의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영국 옥스퍼드, 미국 예일대 등 외국의 유수 대학들은 수십 년 전부터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해 오고 있다. 경희대는 교양교육을 위해 '후마니타스 칼리지'란 이름의 전담 기관을 2011년 만들었다.

후마니타스는 공동체에 대해 성찰하고 고민을 실천에 옮기는 교양인을 일컫는다. 이 기관에 속한 전담 교수만 100명에 이른다. 학생들은 1학년 한 해 동안 인간의 가치 등을 공부하는 '중핵교과'라는 과목을 의무적으로 수강한다. 2학년 1학기에는 '시민교과'라는 과목을 들어야 한다. 성균관대도 교양과목 중에서도 인성 관련 과목을 한 강좌 이상 반드시 이수하게 한다. 또 재학 중에 최소 30시간의 사회봉사를 하게끔 유도한다. 지난해 졸업생은 1인당 71시간을 봉사해 목표치를 배 이상 넘겼다. (사진 출처 : 중앙일보 사진부)

[교육개발웹진 2013년 여름호] [현장르포] 정규과목에 '인성교육' 편성 실험 - 인천 송도고등학교



'사람이 먼저 되라' 지난 4월 22일 찾아간 인천 연수구 송도고에는 입구에는 비석이 하나 서 있었다. 올해로 개교 107년을 맞는 학교의 교훈이었다. 마침 점심시간이라 운동장에서 학생들을 볼 수 있었다. 머리카락이 대체로 아주 짧았다. '옛날 학교'의 '옛날 학생' 같다는 느낌이었다. 올해부터 학교의 정규 시간표에 인성교육 시간을 집어넣고 교육을 하기로 했다는 학교의 모습을 살펴보러 간 길이었다. 송도고 1학년 전교생은 올해부터 매주 화∼금요일 5교시에 인성교육 수업을 듣고 있다. 학교에서 정규과목으로 인성교육을 넣어 가르치는 일은 드물다.
'수업' → '토론' → '정리'
이날 오후 1학년 7반 교실에서는 토론이 한창이었다. 주제는 '낙태는 허용되야 하는가'. 1주일 단위로 진행되는 송도고 인성교육에는 두 번째 단계에 해당하는 과정. 송도고는 매주 한 가지 주제를 익히면서 화요일에는 먼저 학교에서 마련한 동영상을 함께 본다. 동영상은 국내 방송사들이 방영한 내용들 가운데 해당 주제에 적합한 내용들로 마련했다.

이어 수요일, 목요일에는 동영상 내용을 놓고 이날처럼 학생들끼리 토론을 벌인다. 주제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들어볼 수 있는 자리다. 그리고 금요일에는 동영상과 토론 내용, 자신의 생각을 글로 정리한다. 이날 토론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열기가 뜨거웠다. 찬성과 반대로 나눠서 자리도 새롭게 배치한 학생들은 '원치 않는 임신으로 태어난 아이는 행복하게 자라기 힘들다'는 이유로 낙태의 필요성을 역설하거나 '인간이 될 가능성이 있다면 태아라고 부르기 힘든 상태의 생명체도 보호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서로를 설득했다.

물론 쉽게 결론날 수 없는 주제. 40분 가까이 토론했지만 학생들은 계속 새로운 이유를 들며 자신의 주장을 내세웠다. 이날 토론에 참여한 신승호 군(16)은 "사실 평소에는 이런 문제를 생각할 이유도 시간도 없다. 이런 상황이 주어지니까 생각도 정리해보고 생명존중이나 학교폭력 문제 등을 고민해보게 된다."고 말했다. 수업을 이끈 한인수 교사는 "인성교육의 영역이 넓기 때문에 오늘 같은 주제나 안락사 등에 대해서도 토론을 한다."며 "상당한 지적 능력을 갖춘 고등학생은 윤리적인 주제나 사회적인 주제 등에 대해서 스스로 고민하게 하는 것이 좋은 교육방법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천 기록 남기며 스스로 점검
이날의 토론은 시각에 따라서는 일반적인 도덕이나 윤리 수업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송도고의 인성교육은 동영상 수업과 토론에 그치지 않는다. 교사는 학생이 토론하고 글 쓰는데 이어 스스로 느낀 점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도록 챙기기 때문이다. 학교가 제작한 별도 책자에서 스스로의 행동을 점검하도록 하고 월요일에는 담임교사가 하나하나 확인한다. 배운 내용을 작은 실천으로라도 이행해야 한다는 점에 학생들도 공감한다. 최근 심각한 학교폭력 등에 대한 문제의식 역시 이런 과정에서 길러진다. "신체적 폭행은 시간이 지나면 아픔이 가시지만 언어폭력은 피해자 가슴에 비수가 꽂히듯 큰 상처를 주고 그 상처가 오래간다. 친구들끼리 장난으로 욕하며 '장난인데 뭐'라고 생각하는 것이 잘못됐다는 지적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앞으로는 욕을 하지 않고 학교폭력 문제에서도 약자를 위해 노력해야겠다."

1학년 조준영 군(16)의 글이다. 별도의 학교폭력 교육을 받으며 써낸 글이 아니다. 학교 인성교육 수업에서 언어폭력의 문제점을 배우면서 느낀 점을 적었다. 다른 학생들이 다양한 주제를 놓고 고민한 흔적도 살펴볼 수 있었다. 3주째 주제(더불어 사는 사회의 조건)를 공부한 박정현 군(16)은 "중학교 2학년 초에 친구가 사소한 시비로 폭행을 당했지만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나에게 피해가 돌아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컸던 것 같다. 앞으로는 어떤 상황에서든 먼저 나서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썼다. 김승현 군(16)도 6주째 주제였던 '인사와 언어 순화'와 관련해 이렇게 다짐했다.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기에 예절을 지켜야만 한다는 점을 배웠다. 아는 어른과 마주치면 인사를 하고 예의 바르게 행동했지만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이웃에게까지 먼저 인사하지는 못했다. 다음부터는 고쳐야겠다."
모호한 인성교육의 틀을 새로 마련
최근 학교폭력 문제로 인성교육을 유난히 강조하지만 예체능 활동이나 캠페인, 캠프 같은 일회성 행사를 빼면 실질적인 인성교육법을 찾기는 쉽지 않다. 송도고에서 인성교육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려고 했을 때 부딪힌 문제도 같았다. 인성교육을 할 수 있는 방법은커녕 무엇이 인성교육인지 정확한 정의조차 내리기 힘들었다.

결국 송도고는 지난해 9월부터 4개월 동안 김연호 교사(53)를 비롯한 교사 5명이 매달려 25주 동안의 교육계획을 새롭게 만들었다. 도덕과 윤리 측면에서의 인성, 민주시민의 자질 측면에서의 인성,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필요한 교양 등 3개 영역을 중심에 놓았다. 미국의 한 윤리교육 전문단체가 인성교육의 구성요인으로 △신뢰 △존경 △책임감 △공정성 △배려 △민주시민의식 등의 6가지를 설정한 것을 참고했다.

구체적으로는 정직 생명존중 예절 경로효친을 윤리·도덕 영역에, 준법정신 질서의식 정의감 평등의식을 민주시민의 자질 영역에 포함했다. 봉사정신과 협동정신 애국심 존중 배려 책임감을 공동체 구성원의 교양으로 넣었다. 이를 바탕으로 △예절 △준법의식 △환경보호의식 △학교폭력 예방Ⅰ·Ⅱ △질서의식 △봉사의식 △생명존중Ⅰ·Ⅱ △절제 △인터넷 중독 예방 등의 영역에서 25개 주제가 만들어졌다. 김 교사는 "아예 새로운 교육과정을 마련하는 일이라 쉽지는 않았지만 최대한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는 동영상 수준을 선택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노력 덕택에 생소한 인성교육이지만 학생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최근 자체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48.7%의 학생이 '인성교육에 바람직한 프로그램'이라고 응답했다. '그렇지 않다'고 답한 학생이 13.5%인 것에 비해 4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유재천 군(15)은 "학교폭력이나 금연 등에 대한 내용이 교과서 안의 얘기보다 생생해서 재미있었고 스스로의 행동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한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인성교육 인증제'로 대입에도 활용
대학 진학에 가장 신경 써야 할 고등학교가 인성교육에 시간을 들인다는 시선을 피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 송도고가 1년 과정을 '인성교육 인증제'로 운영해 인증서를 발급하고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하기로 결정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학입시에서 제시할 만한 비교과활동 중 하나로 만든 셈이다.

지금의 1학년 학생이 2학년이 되면 송도국제도시에 걸맞게 '국제사회의 이해'를 주제로 수업을 한다. 국제사회의 다양한 이슈, 즉 △정치 △경제 △환경 △국제분쟁 △식량문제 등의 내용들을 1학년때처럼 교육시킨다는 계획이다. 인성교육의 범위를 넓히자는 취지. 새로 입학하는 1학년 학생들은 선배들과 마찬가지의 인성교육을 받는다. 3학년 때는 2년 동안 진행한 인성교육 토론수업을 면접과 논술교육에 활용할 계획이다. 이 같은 인성교육의 틀을 짠 사람은 건국대 교육공학과 교수와 교육대학원장을 지낸 오성삼 교장이다. 오 교장은 지난해 9월 정년퇴임하면서 인천 송도고로 부임했다. 이날 학교에서 만난 오 교장은 인성교육에 대한 사회적인 요구는 그동안 계속 있었지만 실제로는 가장 뒷전에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체계적인 교육과정이 마련된 적이 없는데다 입시교육에 밀렸다는 것.

"인성을 학교에서 가르칠 수 있는 것이냐"는 물음에 그는 "미국은 학교에서 시민의식을 공통으로 가르친다. 기본적 윤리의식이나 전통적 충효사상과 더불어 공동체와 시민으로서의 기본적 소양은 반드시 학교에서 배울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옛날부터 당연히 학교에서 했어야 하는 일을 이제야 시작했다는 얘기였다. 이에 대해 교육계에서는 인성교육을 막연하게 강조하는 데서 벗어나 정규 수업시간까지 활용하는 적극적인 노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호응하고 있다. 김경근 고려대 교수(교육학과)는 "최근 명문대 입학생마저 인성 면에서나 사회성 면에서 기본적 자질이 부족한 때가 많다."며 "초·중·고교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인성을 기르는 교육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송도고의 '인성교육 인증제'는 최근에 진행된 인성교육범국민실천연합의 제1회 인성교육프로그램 인증 공모전 최종 심사에서 23개의 공식 인증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로 인정받으면서 전국에 보급될 예정이다.

[교육개발웹진 2013년 여름호] [현장르포] 중간고사 대신 진로탐색…" 꿈을 디자인해요" - 서울 연희중학교



"얘들아, 너희는 디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니?"
"인생이요." "삶의 모든 것이요." "장난감이요."
지난 5월 2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사 15층 디자인경영센터 대회의실. '디자인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박수진 삼성전자 디자인센터 책임의 말에 여기저기서 뜻밖의 대답이 튀어나왔다. '갤럭시 S'시리즈, 보르도TV 등 삼성전자를 대표하는 제품들의 디자인을 탄생시킨 디자인경영센터에 교복을 입은 학생들과 외부인이 들어온 건 센터가 생긴 이후 처음이었다. 이날 중간고사를 보는 대신 삼성전자로 직업체험활동에 나선 서울 연희중학교 1학년 학생 33명은 난생 처음 '디자인과 기술의 융합'에 대한 PPT를 보며 디자인에 대한 관심을 숨기지 않았다. "세계적인 기업인 삼성전자에 꼭 와보고 싶어 신청했다."는 김량현(13) 군은 "자유롭게 바닥에 둘러앉아 디자인과 기술의 융합을 토론하는 PPT속 MIT 미디어랩의 모습이 가장 인상에 남는다."고 말했다.

친형을 따라 패션 디자이너가 꿈이라는 이유빈(13) 군은 "한식과 양식이 결합돼 퓨전음식이 되는 사진을 보며 디자인과 IT기술이 합쳐지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배우니 너무 재미있다."며 "앞으로 패션 디자인에도 IT기술을 접목할 수 있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중간고사 대신 직업체험…"나도 삼성전자 취직하고 싶어"
이어 19층 디자인정보자료실에 도착한 학생들은 탁 트인 전망 속 디자인에 관한 각종 책들과 DVD로 가득한 공간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디자인정보자료실 백진경 사서는 "이곳은 늘 새로운 디자인을 고민하는 디자이너들을 위해 설계된 맞춤 도서관"이라며 "디자이너들의 자유롭고 창의로운 생각을 돕기 위해 바깥을 시원하게 내다볼 수 있는 큰 창과 숲 속에서 가져온 듯한 큰 나무도 갖다 놓았다."고 설명했다.

테이블에 놓여 있던 영문 디자인 서적을 들춰보던 이재헌(13) 군은 "사무실하면 딱딱한 책상만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카페 같은 곳에서 여유롭게 일할 수 있는 곳이 있는지 몰랐다."며 "평소에 휴대폰 소프트웨어에 관심이 많은데 나중에 삼성전자에 꼭 취직하고 싶다."고 말했다.학생들과 함께 직업체험에 참여한 김용구 연희중 교사는 "중간고사 대신 직업체험을 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학부모들도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렇게 현장에 나와 보는 것이 장차 학생들에게 더 도움이 될 것이라 본다."며 "평소에 까불기만 했던 학생들이 진지한 모습으로 자신의 꿈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보니 놀랍기도 하다."고 웃음을 지었다. 이날 하루 종일 학생들에게 회사 곳곳을 견학시키며 학생들의 '꿈 멘토'로 나선 삼성전자 홍보팀 석원기(33) 씨는 "저도 중학교 1학년 때 이런 기회가 있었다면 다양하고 많은 경험을 해봤을 것."이라며 "꿈 멘토 역할을 하다보니 나 자신이 중학교 1학년 때 가졌던 꿈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배우·바리스타·경찰 되고 싶어요"…연희중 310명 66곳에서 진로·직업 체험
'중1 진로탐색 집중학년제' 연구학교로 선정된 연희중은 이날 1학년 310명이 참가한 '청소년 진로직업체험의 기적' 행사를 서울 66곳에서 진행했다. 연구학교로 선정된 서울지역 11개 중학교의 1학년 학생들은 지난 3월부터 50일 간 시험 부담에서 벗어나 각종 직업을 체험하고 진로를 탐색한다. 학생들은 이날 3~10명 단위로 그룹을 이뤄 박물관, 동물병원, 카페, 은행, 장애인 재활센터, 약국 등 다양한 일터를 체험했다.

최근 청소년들 사이에서 장래희망 1위로 꼽히는 '연예인' 지망 학생 10명은 서울 여의도동 탑스타 연기학원을 찾았다. 학생들은 발성 연습과 대본 읽기를 처음해 보는 탓에 처음에는 쑥스러워 하며 나서기 꺼렸지만, 점차 흥미를 붙이면서 멘토의 말에 주의를 기울였다. 바리스타를 체험해 보려고 서울 북가좌동의 커피 전문점을 찾은 학생들은 원두가 커피로 재탄생되는 과정을 배우고 자신이 마시고 싶은 커피를 만들어봤다. 5명의 학생은 바리스타 멘토 주변에 모여 커피를 내리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본 뒤 직접 커피와 우유 등을 섞어 카페라테나 캐러멜 마끼아또를 만들었다. 어떤 커피를 가장 좋아하는지, 어떤 커피가 가장 잘 팔리는지 등 소소한 질문부터 바리스타가 되려면 어떤 학과를 가는 것이 좋고 필요한 자격증은 무엇인지 등 질문이 이어졌다.

서대문경찰서 남가좌파출소를 찾은 5명의 학생은 가스총과 수갑 등 경찰 장비 사용법을 배웠고 직접 수갑을 차보기도 했다. 학생들은 '남가좌동에 버려진 오토바이가 있다'는 가상의 상황으로 신고를 받은 뒤 순찰차 모니터에 현장파견 지령이 떨어지는 과정을 지켜봤다. 장래희망이 경찰이라는 황문경 양은 "직접 무전도 해보고 순찰차를 타고 지역을 돌아보니 매우 신기했다."고 말했다. 이날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에서 열린 직업체험 교육 프로그램에 참관했던 문용린 교육감은 "학생들이 이번 기회를 통해 꿈이 생기고 영글어가길 바란다."며 "단순히 체험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한 피드백을 통해 직업체험 프로그램을 더욱 심화·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지역 11개 연구학교 선정…진로교육 프로그램 확충·형평성 확보 등은 과제
서울시교육청이 문용린 교육감의 핵심정책인 '중1 진로탐색 집중학년제' 시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연구학교의 운영결과를 분석·평가해 내년부터 일반화한다는 계획이다. 시교육청이 선정한 중1 진로탐색 집중학년제 연구학교는 동대문구 숭인중, 양천구 신서중, 서대문구 연희중, 강남구 세곡중, 영등포구 당산중, 동작구 사당중, 노원구 신상중, 성동구 마장중, 용산구 한강중, 성북구 북악중, 강동구 강일중 등 11개교다. 연구학교는 지난 2011년 시범운영을 거쳐 지난해 23개교가 참여했던 '청진기'(청소년 진로직업체험의 기적)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학생들의 직업체험 교육을 진행할 방침이다. 일-배움-미래설계가 연계된 '청진기'는 사전교육-체험-사후교육-상담으로 이어지는 4단계 프로그램으로, 서울시교육청이 독창적으로 개발한 우리나라 최초의 중학생 직업체험 과정이다.

연구학교는 이와 함께 '진로와 직업' 과목을 중학교 1학년에 편성해 연 34시간 이상을 운영할 예정이다. 진로 관련 수업 시에는 체험·활동 중심으로 운영해야 하며 자기주도적 진로개발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진로설계 수업을 해야 한다. 교사들은 일반 교과의 내용 속에 포함돼 있는 진로교육적 요소를 부각해 교과의 목표와 진로교육의 목표가 함께 달성될 수 있도록 연계해 교육하고 수행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중간고사(지필평가)는 시행하지 않으며 학기 중 수행평가와 기말고사(지필평가)를 합산해 성적을 산출한다. 기말고사는 학생들의 학습부담을 줄이기 위해 '필수학습요소'만 평가하는 방향으로 출제하고 단원을 수행평가, 지필평가로 분류해 시험범위를 축소하게 된다.

수행평가는 학기말 성적의 50% 이상, 과목별 학기말 성적의 10~15% 정도를 진로탐색 관련 수행평가로 실시하며 단계적으로 비율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토론, 협동학습, 체험 등 과정 중심 수행평가를 실시하며 직장체험 과정 관찰, 멘토에게 편지쓰기, 포트폴리오 등 진로직업체험 활동에 대한 교과통합적인 수행평가를 실시하게 된다. 그러나 중1 진로탐색 집중학년제가 가진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일부 학교 현장을 중심으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진로·체험 위주 교육이 한 학기만으로 끝나고 나머지 학기에 일절 중단되면 성장과정에 따라 학생들의 꿈과 희망을 키워가는 과정이 단절되거나 왜곡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말고 진로교육 프로그램을 확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해 입학한 중학생부터 중1 내신 성적이 고교 입시 내신에 반영되는 만큼, 고교 입시 내신 산출에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중1 자녀를 두고 있는 한 학부모는 "아이가 중간고사를 보지 않아 좋아하긴 하지만 그에 따라 기말고사 출제범위가 넓어져 학습부담이 만만치 않다."며 "중1 진로탐색 집중학년제가 선행학습 혹은 사교육 학기제로 변질되지 않도록 교육당국이 더 신경을 써야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교육개발웹진 2013년 여름호] [현장르포] 산과 들이 칠판이고 책상 …서울에서 전학생 몰려 - 시골학교의 기적 : 춘천 금병초등학교


"면온초 기억나지? 폐교될 뻔 하다가 교장 덕분에 살아난 곳. 그 교장이 다른 학교에 갔는데, 거기도 또 살렸대." 지난 4월 한 취재원의 전화를 받고 귀가 번뜩 뜨였다. 면온초는 강원도 평창에 있는 시골학교인데, 한때 폐교위기까지 갔다가 학교장의 힘으로 전국에서 학생들이 전학 오는 곳으로 바뀐 곳이었다. 당시 '시골학교의 기적'으로 불리며 조선일보 사회면을 장식하기도 했다. 당장 당시 교장이 누군지, 어디로 부임했는지 수소문했다. 당시 면온초 교장은 현재 춘천의 '금병초'에 있었다. 금병초의 이야기는 놀라웠다. 10년 전만 해도 학생 수가 510명에 달했는데, 젊은 사람들이 도시로 떠나면서 2009년에는 학생이 달랑 50명 남았다. 그런 학교가 2010년부터 되살아나기 시작해 올해는 학생 157명이 다닌다. 이 중 학교가 위치한 신동면에 사는 학생은 30명뿐. 나머지는 서울 등 수도권, 춘천 시내 등 외지에서 전학 온 학생들이다. 비결이 뭘까.
김유정문학촌·금병산이 운동장
금병초를 살려낸 주인공은 3년 전 부임한 서대식(59) 교장이다. 올해로 교육경력 39년차인 서 교장은 금병초 이전에 다른 학교를 살린 성공스토리를 갖고 있다. 바로 강원도 평창의 면온초등학교다. 시골의 면온초는 2003년 전교생이 21명에 불과했다. 학교를 폐교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던 2006년 서 교장이 부임했다. 서 교장은 학교를 살리겠다는 생각으로 다양한 방과후 수업을 개설했다. "누구나 좋은 교육을 하는 학교에 보내고 싶어하니 다른 학교와 차별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학생을 끌어올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서 교장은 당장 골프·스노보드·스키·수영·태권도·글짓기·영어회화·중국어 회화·사물놀이 등 25개나 되는 방과 후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학생들에게 이 중 5~7개의 과목을 선택해 수업을 듣도록 했다. '벽지학교에서 어떻게 강사진을 확보할까' 싶었지만, 서 교장은 약점을 강점으로 바라봤다. 면온초 근처엔 골프장과 스키장, 리조트가 있었고, 이효석 기념관에는 작품을 쓰러 오는 시인과 소설가들도 많았다. 멀지 않은 횡성 민족사관고등학교에는 외국어에 능통하고 국악기를 잘 다루는 학생들이 있었다. 군부대에는 태권도 유단자와 대학생인 장병들이 많았다. 서 교장은 이 '지역 자원'을 이용해 방과후 학교를 운영했고, 학생들은 사립초등학교 못지 않은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서 교장은 면온초에서의 성공경험을 금병초에서도 활용했다. 그는 이번에도 지역 특색을 활용한 체험 교육으로 학교를 탈바꿈해 놨다. "아이들이 어릴 땐 무엇이든 궁금해 합니다. 맨날 엄마한테 '이건 왜 이럴까?' '저건 뭐야?'하고 묻잖아요. 근데 초등학교에만 들어오면 호기심이 싹 사라져요. 왜 그럴까요? 책상 앞에만 앉아 있으니까 그렇습니다. 아이들은 손발로 직접 해보면서 자기가 끌리는 걸 찾아야 해요. '마음이 떨리는 대상'을 찾아가는 것이죠. 마음이 떨려야 호기심이 더 생기고 꿈도 생기지 않겠어요? 그런데 학교가 혼자 그런 기회를 다 해줄 수가 없으니 지역의 인적·물적 자원을 활용하는 거지요. (서대식 교장)"금병초는 지역 자산이 무궁무진하다. 금병초가 있는 신동면은 소설 '동백꽃'으로 유명한 작가 김유정의 고향이다. 학교 운동장에서 고개를 빠꼼히 내밀면 김유정 문학촌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서 교장은 김유정 문학촌에 유명한 문인들이 오면 "우리 아이들 좀 가르쳐 달라"고 부탁했고, 문학제가 열리면 아이들이 가서 '풍물 공연'을 했다. '김유정 닮기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아이들에게 김유정을 닮으라고 하는 것은 꼭 김유정처럼 문학을 하라는, 그런 협소한 의미가 아니에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글을 쓴 김유정의 '감수성'을 닮아가자는 뜻이죠. 이렇게 지역의 인물과 관련된 프로그램은 아이들이 자기 학교와 지역에 대해 자부심을 갖게 되는 계기도 됩니다."
모내기 하며 크는 아이들
금병초의 특징 중 하나가 '생태교육'이다. 마침 기자가 학교에 도착했을 때 점심시간이 가까워오고 있었다. 아이들이 한 무리 달려가길래 따라가 보았다. 아이들은 학교 운동장 바로 아래쪽에 펼쳐진 논·밭으로 내려갔다. 6학년 아이 10여 명이 담임교사와 함께 비닐하우스에서 취나물을 뜯으며 소란을 피웠다. 한 아이는 취나물에 코를 대고 벌름거렸고, 다른 아이는 한 손 가득 나물을 들고 "나 엄청 많이 땄다."고 자랑했다. 아이들은 바구니에 나물을 한 가득 담아서 곧바로 학교 급식실로 달려갔다. 이날 급식 메뉴는 잡곡밥, 시금칫국, 취나물 쌈, 깍두기, 그리고 돼지고기 볶음. 금방 밭에서 딴 취나물을 학교 급식실에서 교장, 교사, 아이들이 모두 나눠 먹는 풍경이 신기했다. 6학년 김남선(13)군은 "어제 딴 시금치로 만든 국이랑, 취나물이 정말 맛있다"고 했다. 금병초 아이들은 학교 옆 논밭에서 취나물뿐 아니라 쌀·보리·아욱·근대 등 다양한 작물들을 직접 길러 먹는다.

논·밭은 동네에 사는 동문이 무료로 장기 임대해줬다. 서대식 교장의 학교를 살리려는 노력에 마을 사람들과 동문들 모두 감동을 한 것이다. 넓은 논·밭을 아이들이 다 돌볼 수 없기 때문에, 평소엔 이장을 비롯해 동문들과 마을 어른들이 농사를 도와준다. 마을 어른 중 한 아주머니가 "우리 아이들이 농사를 참 잘 짓는다."고 자랑을 했다. "첫해엔 아이들에게 논에 들어와 모내기를 하라고 했더니 '어떻게 진흙탕에 들어 가느냐' '벌레에 물릴지 모른다'고 기겁을 하면서 안 들어오려고 했어요. 그런데 한 번 해보고 나니까 확 달라졌어. 이제는 시키지도 않아도 바지를 탁 걷어 부치고 논에 들어와서 벼를 심는다니까. 뭐든 해봐야 알아." 금병초 뒤쪽에 있는 '금병산'도 아이들의 교육현장이다. 금병산은 산기슭이 비단 병풍처럼 아름답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아이들은 한 달에 한 번 이상 금병산에 올라 숲 체험을 한다. 선생님과 함께 걸으면서 야생화도 보고, 쓰레기도 줍는다. 서 교장은 "초등학교 땐 영어 단어 하나 더 외우는 것보다는, 곤충 하나 더 아는 게 훨씬 더 창의적인 아이로 키울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금병초는 또 삼포유원지, 춘천교대, 강원애니메이션고, 강원도예총 등 다양한 지역 기관과 협의해 방과 후 수업(18개)이나 동아리 활동(3개)을 지원받는다.
학원이 싫어서 온 아이들
금병초에는 다른 학부모처럼 학원을 서너 군데씩 보내다가 '이건 아니다' 싶은 마음에 온 학부모들이 많다. 2년 전 춘천 시내 학교를 다니던 막내(현재 초3)를 금병초로 전학시킨 학부모 이광순(43)씨도 그런 경우다. "애가 하고 싶은 게 많고 저도 시키고 싶은 건 많은데 학교에서는 공부만 가르치고 다른 걸 못해 주더라고요. 그러니까 학교 끝나면 학원을 여러개 보냈죠. 금병초 얘기를 듣고 한번 보내 보자 결심했어요. 여기 와서 텃밭도 가꾸고 다양한 체험을 하니까 학원 갈 필요가 없어요. 아이도 학교 가는 걸 너무 좋아하고요."

학부모들은 "모든 학생들이 다 이 학교에 맞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학생들을 가만히 책상에 앉혀놓기보다 활동을 많이 시키는 교육을 하다 보니 주위가 다소 산만해진 학생들도 있다. 이럴 때 학부모가 전학을 시키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꾸준히 금병초에 학생이 몰리는 것은 서 교장의 교육철학 속에서 아이들이 행복하기 때문이다. 금병초 졸업생 학부모는 "금병초는 다른 학교보다 공부를 덜 시키지만 중학교에 갔는데 공부를 잘 하고 있다."며 "누가 시켜서 하는 공부가 아니라 자기 스스로 공부를 하는 힘을 기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초등학교 때만은 공부보다는 산천을 뛰어 놀면서 자연과 가깝게 지내게 하고 싶었다."며 "금병초에서 그런 생활을 하다 보니 아이가 교과점수는 다른 학교 아이들보다 낮을지 몰라도 자기만의 생각을 갖게 되고 남을 배려하는 힘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교육개발웹진 2013년 여름호] [정책과 현장] 공교육정상화촉진특별법안, 추진과 전망


Ⅰ.서(序) - 왜 공교육정상화촉진특별법인가?
박근혜 정부의 교육정책은 꿈과 끼를 키울 수 있는 학교교육 정상화, 고른 교육기회 보장을 위한 교육비 부담 경감, 그리고 미래인재 양성을 위한 능력중심사회 기반 구축, 이 세 가지의 큰 축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세 가지 축을 바탕으로 꿈과 끼를 키우는 행복교육을 실현하는 것이 새 정부 교육정책의 최종 목표이다. 이에 학교교육 정상화의 첫 번째 추진과제로 공교육체제 내에서 선행교육 및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평가를 금지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공교육 정상화 촉진에 관한 특별법'을 지난 4월 30일 발의했다.

지나친 선행학습으로 학부모는 사교육비의 과도한 부담으로, 학생은 과도한 선행학습 부담으로, 그리고 교사는 비정상적인 교실수업 부담으로 힘들어 하고 있는 것이 우리 교육현장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 및 통계청이 발표한 2012년 사교육비 조사결과에 의하면 초·중·고등학생의 사교육 참여율은 69.4%이고, 총 사교육비 지출규모는 19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교육과학기술부가 조사해 발표한 선행학습 사교육 현황에 따르면 초등학생 60.2%, 중학생 55.9%, 고등학생 47.4% 이상이 1개월 이상의 선행학습을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교육 중에서 특히 선행학습은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 외에도 학생들이 미리 학교 밖에서 교과내용을 배워 와서 학교의 수업시간에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지 못하게 하고, 교사들의 정상적 수업을 방해하는 등 학교교육 본래의 가치와 목적에 부합하지 못하는 폐단을 낳고 있다. 선행학습에 관해 최근 한국뇌연구원이 '선행교육·교습과 뇌손상'에 관해 발표한 바에 따르면, 교육이 뇌 발달 측면을 고려하지 않을 경우 스트레스 유발과 뇌 발달 저해 등을 초래할 수 있어 '선행교육·교습이 아닌 뇌 발달에 따른 적기 적량 교육'으로 학생교육이 전환될 필요가 있다고 한다.

또한 학교교육에서의 성실한 배움과 이수, 그리고 그 내신 기록의 활용으로 상급학교 진학 및 진로 등이 신뢰할 수 있는 과정을 통해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학교 내에서 사교육 경험을 전제로 한 학교수업 실시, 배운 교육과정을 벗어난 범위와 수준에서의 시험출제, 대입 전형의 논술·적성·구술시험 등에서 고교 교육과정의 내용을 벗어난 시험출제 등으로 사교육 시장에서 선행학습이 조장되고 있다. 따라서 학생들의 건강과 두뇌발달 등을 고려한 전인적 성장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선행교육에 대해 합리적으로 규제하고, 이와 동시에 학교 내의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을 위한 여건 조성을 통해, 공교육 정상화를 실현하고자 특별법을 제정하려는 것이다.
Ⅱ. 특별법안의 주요 내용 -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
공교육정상화촉진특별법안의 주요 내용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학교 교육과정 편성·운영 및 공정한 학생평가에 대한 지도·감독,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이를 위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규정하며, 학교의 장은 학생이 교과용 도서의 내용을 충실히 익힐 수 있도록 하고, 선행교육에 대하여 지도·감독을 하도록 하였다. 또한 선행학습 예방 목적의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선행학습의 예방에 관한 계획을 수립·시행하도록 되어 있다. 또한 교원은 지도하는 학생이 사교육에 의한 선행학습으로 학교 수업에 영향이 있거나, 신체적 또는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 학생의 학부모 등에게 필요한 교육적 조언이나 상담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초·중·고등학교의 정규 교육과정 및 방과후 교육과정에서 선행교육 및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평가 등의 행위를 금지하고, 학교별로 입학전형을 실시하는 학교의 입학전형은 해당 학교 이전 단계의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에서 실시하고, 동 입학전형에 대한 선행학습 영향평가를 실시하도록 하며 그 결과를 다음 년도 입학전형에 반영하도록 하였다.

대학의 입학전형에서 대학별 고사로 적성검사, 구술시험, 논술시험, 면접시험, 실기시험 등을 실시하는 경우,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넘어서는 출제 및 평가를 못하도록 하고, 대학별 고사에 대한 선행학습 영향평가를 실시하도록 하였다. 또한 국립학교 및 대학의 선행교육에 대한 심의·조사 등을 위해 교육부장관 소속으로 '교육과정운영심의위원회'를 설치·운영하고, 권한, 위원 구성 및 임기 등을 정하도록 하며, 학교의 선행교육에 대한 심의·조사 등을 위해 시·도교육감 소속으로 '시·도교육과정운영심의위원회'를 설치·운영하고, 권한 및 위원 구성 등을 정하도록 하였다. 아울러 선행교육 금지, 학교의 입학전형 및 대학 입학전형 관련 규정 위반 시 교육관련 기관에 대한 시정명령 및 시정명령 불이행 시 관련 교원 징계, 재정지원 중단 및 삭감, 학생정원 감축 등 행정처분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교육 관련 기관은 이 법에 따른 행정처분에 대하여 이의가 있는 경우, 교육부장관 또는 교육감에게 이의신청이 가능하고, 이 법의 적용 제외 분야와 교육감 권한의 일부를 위임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였다.
Ⅲ. 특별법안 주요 내용 풀이
1. 선행교육의 개념은 무엇이며, 선행교육을 금지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선행교육'이란 교육부장관이 정한 초·중등학교 교육과정(국가 교육과정) 및 교육감이 정한 초·중등학교 교육과정(시·도 교육과정)과 단위학교 교육과정(학교 교육과정)에 앞서서 편성 또는 제공하는 모든 교육을 말한다. 즉, 학교에서 선행교육을 금지한다는 것은 학교는 국가 및 시·도 교육과정에 따라 교육과정을 편성하여야 하며, 그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 내에서 수업을 실시하여야 함을 의미한다.
2. 현실적으로 선행교육에 대한 법적 규제가 가능한가?
그 간 학교 내외에서 과도하게 이루어지는 선행학습으로 인하여 선행학습의 폐해 및 규제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동 법은 이러한 사회적 요구를 바탕으로 하여 학교 내에서의 선행교육 및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평가를 금지하여 학교교육을 정상화하고, 사교육에 대한 수요를 줄이고자 제정하는 것이다. 동 법상 행정처분의 대상이 되는 선행교육 여부에 대한 판단은 교육과정운영심의위원회(시·도교육과정운영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규정하여 처분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동시에 전문가 의견수렴 및 정책연구 등을 통하여 선행교육의 범위 등에 대한 타당성·객관성 있는 판단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다.
3. 동 법이 적용되는 '교육 관련 기관'은 어떤 기관인가?
「초·중등교육법」 제2조에 따른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고등교육법」제2조에 따른 대학 및 그 밖에 다른 법률에 따른 고등교육기관을 적용 대상으로 한다.
4. '선행학습 영향평가제'는 무엇인가?
학교 및 대학이 학교 입시 및 대학별 고사 등이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지에 대하여 평가하고, 그 결과를 다음 년도 입학전형에 반영하여 각종 입학시험에서 선행학습 유발 요인을 줄이도록 하는 제도이다. 학교 및 대학은 영향평가 결과 및 다음 년도 입학전형에의 반영계획을 학교의 경우는 소재하는 지역의 관할 교육감에 제출하고, 대학의 경우는 학교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하여야 한다. 위 사항들을 위반 시는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시정명령하고, 시정명령 미이행 시 관련 교원에 대한 징계 및 징계요구, 재정지원 중단 및 삭감, 학생정원 감축의 조치를 할 수 있다.
5. '선행교육 금지', '선행학습 유발 평가나 출제 금지' 외에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어떤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는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사회 구성원들의 유기적 협조체계 구축을 위하여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학교의 장, 교원의 상담활동 및 학생 및 학부모의 책무를 규정하고 있다.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학교 교육과정 편성·운영 및 공정한 학생평가에 대한 지도·감독,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 이를 위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하여야 한다.학교의 장은 학생이 교과용 도서의 내용을 충실히 익힐 수 있도록 하고, 선행교육에 대하여 지도·감독하여야 한다. 또한 선행학습 예방 목적의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선행학습의 예방에 관한 계획을 수립·시행하여야 한다. 교원은 지도하는 학생이 사교육에 의한 선행학습으로 학교 수업에 영향이 있거나, 신체적 또는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 학생의 학부모 등에게 필요한 교육적 조언이나 상담이 가능하다. 학생 및 학부모는 학교 수업 및 활동에 성실히 참여하고, 학교의 정책에 적극 협조하여야 한다.
6. 학원 등 사교육기관은 규제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어 사교육 경감 효과에 대한 실효성에 논란이 있지 않은가?
동 법은 학교 내에서 선행교육 및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평가를 금지하여 학교교육을 정상화하고자 제정하는 것으로, 학원 등 사교육기관을 직접적으로 규제하지는 않으나,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학교 시험 및 입시전형을 개선함으로써 사교육 수요를 줄이고자 하는 것이다. 정부는 학원 등 사교육기관의 각종 불법·편법 행위는 적극 제재하는 동시에, 학원도 이러한 사회적 요구 및 입법 취지를 인식하고 건전한 교육기능에 충실할 수 있도록 계도해 나갈 예정이며, 향후 필요 시 입법 추진 과정에서 전문가 의견수렴 및 사회적 여론수렴 등을 통해 추가적인 검토가 이루어질 것이다.
7. 동 법 위반 시 제재방안은 무엇인가?
교육부 장관 및 교육감은 교육 관련 기관에서 선행교육 금지, 학교 및 대학의 입학전형 등 관련 규정 위반 시, 교육과정운영심의위원회(시·도교육과정운영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시정을 명령할 수 있다. 교육 관련 기관이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 관련 교원에 대한 징계를 하거나 해당 기관에 징계를 요구하여야 하며, 이 경우 해당 학교에 대한 재정지원을 중단하거나 삭감할 수 있고, 대학의 경우 재정지원 중단 및 삭감, 학생정원 감축의 조치를 할 수 있다.
8. 대입제도 개선과 관련하여 어떤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는지?
대학의 장은 대학별 고사로 적성검사, 구술시험, 논술시험, 면접시험, 실기시험 등을 실시하는 경우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난 내용을 출제 또는 평가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였다. 또한, 대학별 고사를 실시한 경우 선행학습 영향평가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다음 년도 입학전형에 반영하며, 당해 학교 인터넷 홈페이지에 그 결과 등을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위 사항들을 위반 시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시정명령하고, 시정명령 미이행 시 관련 교원에 대한 징계 및 징계요구, 재정지원 중단 및 삭감, 학생정원 감축의 조치를 할 수 있다.
9. 이상민 의원이 발의한「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과의 주요 차이는 무엇인가?
동 법과 이상민 의원이 대표발의한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은 학교교육을 정상화하고, 사교육 경감을 줄인다는 기본 취지는 동일하나, 그 세부 내용에 있어서 다음과 같은 주요 차이가 있다.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은 첫째, 「유아교육법」에 따른 유치원 및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제2조에 따른 학원, 교습소, 개인과외교습자, 그리고 학습지 관련 기관을 규제대상으로 하고 있고, 둘째, 학원 등에서 공통교육과정 적용 대상인 고등학교 입학 이전 학생에게 선행교육 및 선행교육에 대한 광고·선전을 금지하고 있다.(단, 미취학 아동 및 국가 교육과정에 편성되어 있지 않은 과목을 학습하려는 초등학생에 대한 선행교육은 시수 제한) 셋째, 학원 등이 선행교육 금지 의무 등을 위반 시 등록 말소 및 교습의 정지 등을 명할 수 있도록 하고, 넷째,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소속으로 '교육과정운영정상화추진위원회'를 설치하여 직권 또는 시정요구를 받아 교육 관련 기관의 선행교육 및 선행학습 유발 행위를 조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10. 학교 수업을 교육과정 범위 내로 국한하는 것은 능력 있는 학생들의 학습기회를 박탈하여 심화학습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동 법에서 선행교육을 금지하는 것은 능력 있는 학생들의 심화학습까지 규제하는 것은 아니다. 심화학습은 자기주도적으로 고차원적·창의적 문제해결능력을 키우기 위한 학습과정으로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 내에서 가능하며, 선행교육은 학생의 의사와 무관하게 교사 및 강사 주도로 속진형 암기식·주입식으로 이루어진다는 측면에서 심화학습과 차이가 있다. 학교에서는 수준별 수업 운영, 다양한 교수학습 자료 및 방법 개발 등을 통하여 학생 맞춤식 수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정부에서는 학교현장의 우수사례를 발굴하고, 학교별 컨설팅을 실시하는 등 학생과 학부모의 요구에 부응한 수업환경을 만들기 위하여 다양한 지원을 해 나가야 한다.
11. 고3의 경우, 대부분의 학교에서 수능에 대비한 교육과정 운영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학생들이 수능을 대비해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는 만큼 교육과정 편성·운영상 필요한 조치 등 학교현장 및 전문가 의견수렴을 통하여 바람직한 방안을 모색해 나가도록 해야 한다.
12. EBS 수능 연계 정책으로 인해 교육과정 운영이 정상적으로 이루어 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EBS 수능 연계는 수험생들의 학업 부담 및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다. EBS 교재는 이러한 목적 하에 교육과정에 충실하게 구성하고, 개념과 원리 중심으로 수능과의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 단, 학교현장에서는 EBS 교재가 학교 수업의 보충자료임을 명확히 인식하고, EBS 교재는 보충수업이나 방과후학교 등에서 보조교재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13. 논술시험 등 대학별 고사에 대해서는 동 법에서 교육과정의 범위 및 수준을 준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수능의 경우는 어떠한가? 또한, 수능 등을 교과서 범위 내에서 출제한다는 의미는 무엇인가?
수능 출제의 기본방향도 동 법의 취지와 동일하게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수준과 내용에 비추어 출제하는 것이다. 또한, 수능 등을 교과서 범위 내에서 출제한다는 것은 '교과서의 개념 및 원리'를 중시하여 출제한다는 것이며, 교과서 지문을 그대로 출제하는 것은 아니다.
Ⅳ. 향후 전망
박근혜 정부는 학교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자신의 꿈과 끼를 키울 수 있도록 하는 '학교교육 정상화'를 교육정책의 핵심과제로 제시하고, 이를 위해 인성교육, 수업개선 및 진로교육 강화, 학급 당 학생 수 감축 등 교육 여건과 문화를 개선하고 제도 정비를 추진하고 있다.

'꿈과 끼를 키우는 행복교육'을 비전으로 한 박근혜 정부의 공교육 정상화 프로젝트가 공교육정상화촉진특별법안 발의로 첫 시동을 걸었다. 그 간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선행교육이 학생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사교육 시장에서의 과도한 선행학습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았다. '공교육정상화촉진특별법' 의 제정으로 행복한 교육환경 조성을 위하여 학교가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공교육정상화촉진특별법안을 통해, 대학별 고사는 고교 교육과정 내에서 출제·평가하고 창의·인성·잠재력을 중시하는 전형을 실시하며, 중·고교는 정상적 교육 본래의 역할과 제도, 기능이 회복·복원되도록 하고, 학원 등은 학습기회의 결손이나 부족 내용을 보충·심화하는데 지원 역할을 하는 새로운 선순환 교육 패러다임이 구축될 것으로 기대한다. 공교육정상화촉진특별법안이 빠른 시일 내에 제정되어, 2014년부터 관련 정책들이 학교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야당과도 긴밀히 협의하는 한편, 후속 조치들도 정부와 함께 차근차근 마련해 나갈 예정이다. 또한 학교교육의 정상화를 위한 다양한 대책과 교사의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노력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시행령(안)
시행령(안)에 규정할 것으로 검토하고 있는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특별법(안) 제8조(선행교육 금지)는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난 내용을 출제하여 평가하고 있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바, 
- 특별법(안)에서 제시한 지필평가(중간, 기말고사 등), 수행평가 외에 학교 입학전형으로 치러지는 선발고사, 반 배치 등을 위한 배치고사 및 재학 중에 시·도 또는 전국 단위로 치러지는 모의고사 등이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나서 출제되지 못하도록 시행령에 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 특별법(안) 제9조(학교의 입학전형 등)는 학교별로 입학전형을 실시하는 학교 중에서 이 법의 적용대상이 되는 학교를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선행학습 영향평가를 실시하도록 하고 있는 바,
-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82조 제1항에서 전기학교의 입학전형은 중학교 교육과정의 수준과 범위 내에서 실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제88조의2 제1항에서 고등학교 입학전형 영향평가를 실시할 수 있는 고등학교를 규정하고 있음을 준용하여, 시행령에 특수목적고, 자율형 사립고 및 그 밖에 교육감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학교를 대상으로 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 또한, 현재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88조의2에 따라 시행하고 있는 입학전형 영향평가의 방법 및 절차, 심사 항목 등을 분석하여 특별법(안)의 선행학습 영향평가와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 기타 교육과정운영심의위원회 구성·운영, 이의신청 절차 등의 세부 사항이 시행령에 규정될 수 있도록 검토하고 있다.

[교육개발웹진 2013년 여름호] [이슈와 전망] 창의적 융합 인재 육성과 창업지원을 위한 대학혁신방안


Ⅰ. 서론
경제성장으로 인한 개인소득 증대와 더불어 삶의 가치를 높이는 창조 상품과 서비스 시장이 형성되면서 대외환경이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다(유병규, 2013). 이와 같은 예측 불가능한 불확실성 시대의 도래로 미래사회에서는 전달된 지식이나 정보를 단순히 받아들이는 능력보다는 기존 지식을 활용하여 가치 있는 지식을 창출하는 창의적인 능력을 갖춘 인재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창의성을 우리 경제의 핵심가치로 두고 과학기술과 ICT 융합을 통해 산업과 산업이 융합하고 산업과 문화가 융합해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창조경제의 구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창의적 융합 인재의 육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따라 창의·융합 인재의 육성을 위해 대학에 거는 사회의 기대는 갈수록 커져 가고 있다. 교수, 시민단체, 언론인, 연구자 등을 대상으로 한 전문가조사에 의하면(한국행정연구원 사회조사센터, 2013)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일자리 질적 개선, 창업 유도 등의 제도 마련과 지원, 불필요한 규제 개혁, 사회적 차별 해소 등과 더불어 창의적인 교육시스템 확립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고등교육 진학률은 2012년 5월 현재 71.29%임에도 불구하고 대학 차원에서의 인재 육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한국교육개발원, 2013). IMD의 대학 경쟁력이 2012년 31위로 아시아의 싱가포르(6위), 대만(24위), 홍콩(27위)에도 뒤지고 있다는 사실은 이를 단적으로 나타내고 있다(IMD 홈페이지). 뿐만 아니라 15세에서 29세의 청년 고용률은 2004년 45.1%에서 2011년 40.5%로 하락하고 있으며, 구직 단념자, 경계 실업자, 실망 실업자, 비자발적 단기 취업자, 취업 준비자 등의 청년층의 유사 실업자 1,033천 명을 포함하면 청년층의 4분의 1이 실제 실업상태에 있다(한국고용정보원, 2012). 특히 20대 후반의 경우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대학원 진학, 취업 준비 등으로 경제활동을 미루는 대졸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창조경제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학의 창의·융합 인재 육성을 통해 청년 창업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창조경제 구현을 위한 대학에서의 창의·융합 인재 육성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구체적인 대학혁신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Ⅱ. 창의·융합 인재 육성 측면에서의 대학 현황 및 문제
1. 선발의 문제
가. 고교-대학 연계의 부족
먼저 창의 인재 육성을 위한 투입요인으로 고교-대학 연계의 미흡을 들 수 있다. '대학 적격자 선발'이라는 측면에서 대학입시는 '학생의 적성과 소질에 맞는 진로 개척 능력과 세계 시민으로서의 자질을 함양하는' 고교 교육이 대학 모집단위의 특성에 맞는 잠재력과 소질을 가진 학생을 선발하는 연결고리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나 학생의 수준과 개인차를 고려하지 않는 교육과정, 지식 암기 위주의 교과내용 등과 같은 고교 교육과정이 실제 대학의 창의 인재 육성과 연계되어 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나. 점수 중심의 선발 
앞의 도표에서도 일회적 수능평가 방법이 창의 인재 교육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적하고 있듯이, 점수 중심 선발을 문제로 들 수 있다. 특히 객관식 선다형 수능의 경우 '열린 사고'를 통한 학생들의 창의성 육성과 같은 고교 교육과정의 목표 달성을 기대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토론과 같은 다양한 수업방법의 활용을 방해하고 나아가 문제풀이식 입시 위주 교육을 조장하는 등, 고교 교육의 질적 수준 제고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정광희 외, 2011). 이는 결국 대학에서의 학습에 필요한 교과목을 선택하기보다 단순히 대학입시에 유리한 교과목을 선택하게 하여 대학에서의 창의·융합 인재 육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다. 선발의 타당성 부족
또 다른 대학에서의 창의·융합 인재 선발의 문제로 '선발의 타당성 부족'을 들 수 있다. 학생선발의 타당성을 제고하고 고등학교 교육과정 운영의 활성화를 위해 학생의 소질과 잠재력, 성장가능성 등을 평가하는 창의적인 학생선발 방법의 하나로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되었으나(김미란·정광희·박상규·임진택, 2010), 2013학년도 4년제 모집인원의 12.6%인 4만 7천여 명 정도만이 입학사정관제로 선발이 되고 있어 입학사정관제가 체계적으로 정착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김미란 외, 2013).이는 대학의 선발 인재상이 충분히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모집단위의 특성과 무관한 학생 확보 자체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2. 교육과정의 문제
가. 창의·융합 인재 교육의 미흡
대학에서의 창의·융합 인재 육성의 문제로 교육과정의 문제를 들 수 있다. 지필시험에 의해 결정되는 학점구조, 체계화되지 않은 창의성 수업, 지식 암기 위주의 교과내용 등 대학의 교육과정이 창의 인재를 양성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임철일, 2011; 최상덕 외, 2011). 실제, 대학에서 길러야 할 핵심역량 중 전공지식, 논리적 사고, 학습능력 등과 같은 지식과 학습능력에 대해서는 대학교육을 통해 육성되고 있으나, 창의성, 리더십, 대인관계 능력, 가치관이나 태도 등은 대학교육에서 길러내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김동일 외, 2009).

나. 창의·융합 인재 육성 관련 교과목의 부족
이에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대학에서의 창의 인재 육성 관련 교과목 부족을 들 수 있다. <표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전공에서는 그나마 공학과 교육 계열의 전공필수 과목에는 창의 인재 육성 관련 교과목이 개설되어 있으나 교양과목에서는 창의 인재 육성 관련 교과목 개설이 16.5%에 지나지 않고 있다. 서로 다른 분야나 특정 학문의 경계를 넘어 두 가지 이상의 영역을 결합함으로써 여러 학문을 넘나드는 연구를 통해 창의적인 인재를 육성할 수 있는 교과목이 부족한 상황이다(오헌석 외, 2012).

다. 교수 방법의 미비
이와 더불어 교수 방법의 미비를 들 수 있다. 교양과목과 전공과목 모두 '강의'가 가장 높은 수업진행 방법으로 나타났으며 팀 프로젝트의 경우 전공과목에서는 19.7%로 많이 적용되는 교수방법이지만 교양과목에서는 각 10.7%로 상대적으로 낮다. 전공계열로 교수방법을 비교해 보면, 인문계열과 사회과학계열에서는 '토론 및 토의(각 29.2%, 20.6%)가 다른 전공계열에 비해 높았으며 공학계열에서는 다른 계열과 달리 '팀 프로젝트'(24.1%)가 두드러졌으나 전반적으로 강의 중심 수업이 주를 이루어지고 있다.
3. 교육성과의 문제
가. 대학의 인재 양성과 국가 인력수급의 불일치
대학교육을 통해 창출된 창의·융합 능력은 곧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결정하게 된다. 그러나 창조경제 구현을 위해 필요한 바이오의약, ICT기술, 신소재나노 분야 등의 인력수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인재양성을 기반으로 하는 고부가가치서비스업의 전체 고용규모는 2010년 2,741천 명이었으나 2016년에는 3,003천 명으로 증가하여 연평균 44천 명씩 증가한다고 한다(이시균 편, 2011). 2013년 이후 2020년까지의 장기 전망을 보면, 바이오의약에서는 연간 1,388명, ICT기술에서는 연간 1,308명, 신소재나노 분야에서는 1,231명, 첨단도시 분야에서는 연간 1,110명 등, 연간 1만 명 가량의 핵심인재 부족이 예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대학 인재 육성체계로는 이를 뒷받침할 수학, 생화학, 전기/전자, 소재/재료 등과 같은 전공분야의 필요한 수요를 충당하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배성오 외, 2012).

나. 노동시장에서의 미스매칭
뿐만 아니라 설사 고용이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교육과 고용 간의 불일치로 인해 대학교육의 효과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4년제 대학 졸업자의 신규취업 전공과 기업직무 간 불일치는 물론 학교에서 배운 내용과 기업직무 간의 불일치가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Ⅲ. 창의·융합 인재 육성 및 창업지원을 위한 개선방안
1. 대학교육 투입의 과제
가. 창의·융합 인재 양성 목표의 수립
앞서 살펴보았듯이 기존의 획일적인 대학교육으로는 시대에 부응하는 창조적인 인재, 다양한 분야의 전문 인재를 양성하는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대학의 특성화된 새로운 교육목표가 설정되어야 하며 그에 맞는 새로운 인재상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전문적 지식뿐 아니라 인문사회학적 소양 및 예술적 감수성까지도 갖춘 창의·융합 인재 양성을 위해 대학의 비전에 맞는 구체적인 인재상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나. 대학 적격자 선발제도의 개선
다음으로는 이러한 대학교육의 목표에 맞는 적격자 선발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고교 교육과 대학, 나아가 직업과의 연계 시점에서 대학에서의 창의·융합 인재 육성을 통해 창업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고교교육이 대학 적격자 선발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고교 단계에서의 창의 인재 육성이 대학과 연계될 수 있도록 고교에서는 특색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다양한 체험활동을 활성화해야 할 것이다. 또한 학생들의 다양한 능력과 경험을 평가할 수 있는 입학사정관제의 질적 내실화를 통해 고교 교육과정 이력철이라고 할 수 있는 학생부 기록의 신뢰성과 타당성을 제고하고 학생부 중심의 전형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하여 점수 중심의 획일적 선발을 지양해야 할 것이다.
2. 대학 교육과정의 과제
가. 창의·융합 인재 양성 교육과정의 개발
대학에서는 과목의 통합 및 연계를 통한 융복합 교육과정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각기 다른 전문영역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학생들의 특성과 필요 역량을 키우고 타문화 및 사회, 인문, 예술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는 융·복합 교육과정과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창업지원을 위한 직업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직무능력 표준 체제를 구축하여 대학의 교육과정이 창업지원과 같은 직업과 연계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창조경영학'과 혹은 '창조경제학과'와 같은 융·복합 학과 개설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나. 교육 중심의 교원능력 개발 및 평가
이들 교육과정을 통해 창의·융합 인재 양성이 이루어지고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대학에서의 수업방법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교원의 교육역량을 개발하고 교육역량 중심의 교원평가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강의뿐 아니라 실험·실습, 팀활동, 발표 및 토론 등 다양한 교육기법들을 개발할 수 있도록 전체 대학 차원에서 Faculty Development 시스템을 구축하고, 학생의 학습성과를 평가하여 창의적 문제해결과 자율적 학습능력을 키워 나갈 수 있는 체계적인 교육을 실시하는 교원의 교육역량에 대한 공정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3. 대학교육 산출의 과제
가. 산·학·관·연의 연계 시스템 구축
산·학·관·연 협력을 통한 창업지원을 위해서는 기업과 대학 간의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부처 간 연계 및 행·재정 지원을 통해 기업 수요조사 등을 실시할 수 있는 창업지원 기관의 설립을 제안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대학에서의 창업지원을 위해 각 대학 창업지원센터를 활성화하고 산·학·관·연 협력을 통한 컨설턴트를 양성할 필요가 있으며 다양한 창업박람회를 개최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나. 창의·융합 및 창업지원 중심의 평가체제 개발
그리고 이러한 대학의 노력들이 평가받을 수 있도록 대학평가 항목에 창업지원 성과를 반영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대학 스스로의 자기점검 평가에 창의·융합 교육과정 개발, 산·학·연 연계 등의 성과를 기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대학이 어떤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어떤 성과를 거두고 있는지를 학생, 기업, 지역사회 모두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평가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이상의 창의적 융합 인재 육성과 창업지원을 위한 대학혁신방안을 종합해 보면, 부처 간 연계 및 행·재정 지원을 바탕으로 대학에서의 선발제도 개선, 교육과정 개혁, 산·학·관·연 협력 및 창업지원을 통해 창의 인재를 육성하여 산업과 산업이 융합하고 산업과 문화가 융합해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창조경제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쪾 김동일 외(2009) 대학교수가 바라본 고등교육에서의 대학생 핵심역량: 서울대 사례를 중심으로, 아시아교육연구 10(2), pp. 195-214.
쪾 김미란 외(2010). 고교-대학 연계를 위한 대입전형 연구(Ⅶ): 입학사정관제 성과분석 모델 개발 및 운영 보완방안 탐색. 한국교육개발원.
쪾 배성오 외(2012). 과학기술 핵심인재 10만 양병을 위한 제언, 제 842호, 삼성경제연구소
쪾 오헌석 외(2012). 융합학문 어떻게 탄생하는가, 교육문제연구 43집, 51-82. 고려대학교 교육문제연구소.
쪾 유병규(2013). 창조경제 역량 평가와 활성화 방안. 창조경제 새로운 발전패러다임.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쪾 이시균 편(2011). 첨단융합산업 인력수요 전망, 한국고용정보원.
쪾 임철일 외(2012). 공과대학 학생들의 창의성교육에 관한 인식, 공학교육연구 15(2), pp. 30-37.
쪾 정광희 외(2011). 고교-대학 연계를 위한 대입전형연구(Ⅷ): 고교-대학 연계형 대입제도 중장기 종합방안, 한국교육개발원
쪾 최상덕 외(2011). 21세기 창의적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의 미래전략 연구, 한국교육개발원.
쪾 최인수 외(2012). 국내 대학의 창의성 교과목 현황 및 내용 분석: 상위 30개 대학을 대상으로, 교육과정연구 30(2), pp. 179-199.
쪾 한국고용정보원(2012). 고용동향 브리프.
쪾 한국교육개발원(2013). 교육통계연보.
쪾 한국노동연구원(2011). 학력별 노동시장 미스매치 분석과 교육제도 개선 과제.
쪾 한국행정연구원사회조사센터(2013).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에 관한 전문가 조사.

[교육개발웹진 2013년 여름호] [포커스] 고등교육 발전을 위한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역할


Ⅰ. 들어가며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는 1982년 설립 이래 31년 동안 수많은 총장들의 헌신적인 노력에 힘입어 대학의 경쟁력 향상과 자율성 신장을 위해 크게 기여해 왔다. 특히 대학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대학총장들의 고견과 대학인들의 지혜를 결집하여 현명한 해법을 제시함으로써 대학이 국가발전의 한 축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구심체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모두가 실감하고 있는 것처럼 최근 한국 대학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 학령인구 급감 현상과 대학 재정의 위기, 글로벌 경쟁의 심화는 대학의 존립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대학의 책무성도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 우리 대학들은 스스로 뼈를 깎는 노력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있는 것이다. 대학들이 대교협을 중심으로 더욱 더 협력하고 지혜를 모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의 위기 상황에 대해 한국 대학들과 대교협은 그간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왔는지 겸허히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그렇다면 대학에 주어진 시대적 소명은 무엇인가? 국가와 사회가 요구하는 수준 높은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학생 교육에 최선을 다하고 글로벌 연구 경쟁력을 제고하여 국가발전을 선도하고 인류공영에 이바지하는 일, 바로 이것이 대학이 수행해야 할 기본이 아니겠는가. 대학의 위기 극복 첫걸음은 기본을 충실히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우리 사회로부터 신뢰받는 대학,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대학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Ⅱ. 대학 발전을 위한 대교협의 역할과 방향
대교협이 대학의 발전을 견인하는 최고의 파트너가 되기 위해서는 보완하고 다듬어야 할 점이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대교협은 설립 초기의 초심으로 돌아가 회원 대학의 어려움을 보살펴 주고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발전을 위한 바람직한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기능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오늘 우리 대학들이 처한 현실은 분명 위기이지만, 또 다른 의미에서 우리나라 대학의 경쟁력을 한 차원 더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여 우리나라 대학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추진해야 하는 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1. 대학재정 확충 노력
대학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투자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대교협이 2012년 12월에 발간한 <고등교육 경쟁력 강화방안> 연구보고에 따르면, OECD 국가들의 GDP 대비 고등교육 부문 공공 재원 평균 비율은 1.1%인데, 우리나라는 0.6%로 이탈리아, 일본과 함께 조사대상 28개국 가운데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학생 1인당 고등교육 교육비는 OECD 평균과 비교할 때 73.4%에 불과하다. 고등교육의 질적 수준을 높여 국제적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고등교육재정이 충분하고 안정적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고등교육기관의 등록금 의존도는 국립 23.7%, 사립 51.1%이며, 국고보조금 수입은 국립 48.5%(입학금ㆍ수업료 제외 시 45.0%), 사립 12.3%에 불과하여 등록금에 의존하는 고등교육기관의 세입구조가 매우 취약한 형편이다. 특히 2010년 1월 등록금 상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고등교육법이 개정된 이후에는 등록금 인상이 어려워 고등교육기관의 세입구조는 더욱 취약해지고 있다. 아울러 학생에 대한 재정지원 중 장학금 및 기타 가계 지원은 OECD 국가 평균이 10.4%인 반면 한국은 3.0%에 불과하고, 학자금 대출은 OECD 국가 평균 9.3%보다 높은 17.7%로 나타나 장학금은 적고 학자금 대출이 많은 상황이다. 대학의 등록금 부담 완화를 위한 대학 자체 노력은 '명목 등록금 인하'와 '장학금 추가 확충'에 의해 인정되고 있으나, 대학 예산 감소로 등록금 인하와 자체 장학금을 지속적으로 증액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국가 장학금은 목적, 유형, 명칭이 명료하지 않아 대학생 및 대학뿐 아니라 일반인에게까지 혼동을 주고 있다. 특히, 국가 장학금 Ⅱ는 대학 단위로 지원하며, 대학 자체 노력에 따라 재학하는 학생들의 국가 장학금 수혜 여부가 결정됨으로써 개별 학생들에게 직접 지급되어야 하는 국가 장학금의 성격이 모호하다. 또한 단순히 학생의 경제적 수준만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 미국 주정부의 경우와 같이 학생의 경제적 수준뿐 아니라 학생 소요총액, 등록금 지불능력, 학생 필요경비 등을 통한 정밀한 장학금 지급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정부는 고등교육 재정을 2017년까지 GDP 대비 1%까지 높이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 대학이 끊임없이 지식을 창출하고 창의적인 인재를 길러낼 수 있도록 대학 재정의 확충을 위해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야 할 것이다. 차제에 국가 장학금 제도도 보완하고 개선하여 학생들에게는 등록금에 대한 부담을 줄여 주되, 동시에 대학의 부담도 줄여 주는 가장 합리적인 방향을 찾아야 한다. 아울러 대학 자체적으로도 발전기금 확충, 학교기업 육성, 기술이전 등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만들어 이를 학생들에게 환원한다면 등록금 부담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2. 대입전형제도 개선
수많은 고교생과 학부모들이 과도한 대학입학 경쟁으로 큰 고통을 받고 있다. 복잡한 입시제도는 학교교육을 왜곡시키고 가계에도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최근 한 명의 자녀를 졸업시킬 때까지 총 양육비로 3억 원 이상을 지출하고, 이 가운데 사교육비 비중이 가장 크다는 조사결과가 있었다. 이런 결과에 대해 대학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대학인들은 막중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사교육 문제는 대학입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그러므로 대학들이 교육과정의 범위나 수준을 벗어나 시험문제를 출제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학부모와 수험생들에게 줄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대교협은 대학들과 학교교육 활성화라는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고 논술 문제 출제 시 고교 교사들이 참여하여 고교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대학마다 우수한 신입생을 뽑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이해는 하지만, 3천여 개에 이르는 입시전형은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고통 경감 차원에서라도 반드시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꿈과 끼를 살리는 학교교육을 통해 공교육이 살아날 수 있도록 우리 대학들도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학생을 선발하는 경쟁'에서 '잘 가르치는 경쟁'을 하도록 더욱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3. 대학교육의 질 제고를 위한 평가시스템 보완
대교협은 기관인증평가를 비롯하여 대학교육의 역량을 높이기 위한 지원사업과 산업계 관점 평가를 통해 교육의 질적 변화를 유도해 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대학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인 잣대를 적용하다보니 일부 부작용이 나타났던 것이 사실이다. 또한 정부는 교육역량강화사업과 대학 구조조정 관련 평가를 진행하면서 정량적 지표에 근거한 포뮬러 방식을 도입하고, 이를 근거로 대학별로 재정을 차등 지원함으로써 교육여건 개선 및 성과 창출을 위한 경쟁 풍토를 조성하고 있다. 이는 대학의 국제 경쟁력 제고 측면에서 효과를 달성하는 측면이 있지만, 간접적 규제로 인한 대학의 자율성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있는 것이 또한 사실이다. 대학들은 재정 지원을 받기 위해 대학평가 지표에 초점을 두고 평가지표 관련 항목 개선에만 집중하게 됨으로써, 결과적으로 평가지표가 대학을 좌지우지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대학평가와 관련한 지표들은 교육의 질을 제고하는 사항이라기보다는 대출 상환율, 등록금 부담 완화율, 법인지표, 입학관련 지표 등을 포함한 정책지표가 강조되고 있고, 특히 공정성과 객관성이 담보되지 않은 단순 취업률의 강조는 부작용을 불러오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대학평가 시 대학의 설립 목표나 유형, 소재 지역 등 개별 대학들의 특성이 반영된 평가를 통해 공정성과 객관성이 담보될 수 있도록 평가시스템을 보완하고, 정부와의 긴밀한 정책 조율이 필요하다. 아울러 대학기관평가인증제를 더욱 정교화하여 대학이 자발적인 노력을 통해 자체적인 질 관리 체제를 강화하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4. 대학 특성화와 대학 간 균형 발전
대학은 그동안 정권 및 정책의 교체에 따라 특성화 관련 사업비의 명목, 성격, 목적이 변화함으로써 대학발전계획을 일관성 있게 수립하지 못하고, 대학 특성화 및 관련 재정지원사업의 중복성과 상충성이 존재하여 대학 고유의 특성화를 장기적 관점에서 자율적으로 계획하여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국가공동체적 이념과 국책사업 관련 교육·연구의 중심이 되어야 할 국립대학과 재단의 설립 이념 및 목적에 따라 운영되는 사립대학의 특성화 구별이 미흡하고, 지식생산과 우수 연구 성과를 창출해야 할 대학원 중심의 연구중심대학과 실용분야 중심의 전문인력을 양성해야 할 교육(취업)중심대학의 구별 및 그에 따른 특성화가 적용되지 않고 있다. 다시 말하면 대학은 특성화의 목표와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으며, 특성화 체제 구축 기반 역시 미흡하다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대학은 대학대로 백화점식 학과 운영에 익숙해져 있고, 정부도 특성화를 얘기하면서 정작 특성화를 유도하고 지원하지 못했다는 점을 깊이 반성해야 한다.

또한 국가 균형 발전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지역 대학을 육성하기 위한 대안과 지원이 부족했다.이러한 상황에서는 대학이 국가 경쟁력을 선도할 수 없다. 반드시 대학 특성화와 균형발전을 통해 대학 경쟁력도 높이고, 지역 대학도 살리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고 본다. 특히 정부 주도형 대학 특성화와 대학 주도형 대학 특성화를 구분하여 정책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정부 주도형 대학 특성화는 국가적 요구와 책무를 위한 소외학문 육성, 기초학문 육성으로 특성화하고, 대학 주도형 대학 특성화는 대학별 설립 미션과 장기계획, 지역산업 등을 고려하여 대학이 자체적으로 특성화하도록 자율성을 허용하는 것이다. 아울러 오래 전부터 논의는 되어 왔지만, 구체적으로 실천되고 있지 않은 국립대학과 사립대학의 역할 분담, 연구중심대학(academic university)과 교육(직업)중심대학(vocational university)의 구분에 따른 특성화를 지원해야 한다. 지역 및 대학 특성에 맞는 지역산업과 연계하여 대학의 강점 분야에 맞춤형 재정을 지원하고, 지역 산업과 대학 특성화를 연계하여 지역과 상생 발전할 수 있는 전담기구를 신설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공계 위주의 정부 대학평가 및 지원사업에서 인문사회계열 특성화에 대해서도 확대 지원하고, 대학평가 시 특성화 구분에 따른 평가기준을 분리 적용하여 실시할 수 있을 것이다.
Ⅲ. 나가며
현재 한국 대학들과 대교협 앞에는 풀어야 할 난제들이 산적하다. 이를 지혜롭게 풀어내기 위해 대교협은 대학총장을 포함한 대학인들과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고 지혜를 결집하여 대학 정책에 적극 반영될 수 있도록 교육부와도 소통체계를 갖출 것이다. 이를 통해 국립과 사립, 수도권과 지역 대학, 규모가 큰 대학과 작은 대학, 특수목적대학과 일반대학이 상생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할 것이다. 한국 대학들은 설립 배경이나 처한 현실, 지향하는 바가 서로 다르다. 하지만 협주곡이 아름다운 이유는 여러 악기가 각자의 독특한 음색을 가지면서도 조화를 이루려 노력하기 때문이다. 서로 다름의 차이를 인정하되, 그 속에서 공동의 선을 모색한다면 한국 대학들이 가야할 곳도 분명해질 것이다.

[교육개발웹진 2013년 여름호] [세계의 교육] 세계 금융·패션의 중심에서 한글을 외치다 - 주 뉴욕 한국교육원


6월. 햇살이 따갑지만 야외활동하기엔 좋은 날씨다. 최근 등산이나 강변을 걷는 사람들도 많아졌지만, 일부는 경기장에서 구경을 즐기기도 한다. 주말이면 온 가족이 야구장을 찾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지금은 야구규칙을 모르는 사람이 적지만, 프로야구가 생기기 전만해도 야구규칙은 일부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다. 1982년 6개 구단으로 출범한 우리나라 프로야구는 국내 최초의 프로 스포츠로 출범 시 논란도 있었지만, 이젠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프로야구의 본고장 미국은 1869년에 시작하여 현재 30개 구단이 운영되고 있으나 그중 최고의 명문 구단은 바로 뉴욕 양키스다. 100년이 넘는 역사에 월드시리즈 우승만 해도 27회에 이르는 등 미국 프로야구의 상징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도 양키스의 로고인 N과 Y가 겹쳐진 모자를 쓰고 다니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뉴욕. 양키스 외에도 우리가 잘 아는 센트럴파크와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자유의 여신상, 케네디 국제공항, 세계 증시의 심장 월 스트리트, 카네기홀, 브로드웨이 등 미국 속의 미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금융과 문화·패션의 중심지다. 매년 약 4천7백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고 인종의 전시장이라 할 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뉴요커로 불리우는 뉴욕 주민 중 37%는 외국에서 태어나서 미국으로 왔으며 약 170여 개의 언어가 사용되고 있다. 한국계 미국인과 한국국적을 가진 한국인들 역시 LA에 이어 미국 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십만 명 이상이 살고 있다. 이에 대한민국 정부는 1981년 뉴욕한국교육원을 설립하고 뉴욕을 포함한 뉴저지, 펜실베니아, 코넷티컷, 델라웨어 등 미 동북부 5개주 유학생의 교육지원과 이들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35만 재외동포를 대상으로 다양한 교육지원을 하고 있다.
1. 한국계 입양인을 위한 한국어강좌 개설
고향을 그리워하고 뿌리를 찾고자 하는 것은 본능과 같은가 보다. 여우가 죽을 때 자기가 살던 굴 언덕 쪽으로 머리를 둔다는 수구초심(首丘初心)이라는 말이나, 연어와 송어가 귀소본능 (歸巢本能)에 따라 태어난 곳으로 다시 돌아가 알을 낳는다는 것을 보면 이는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유독 한국인은 고향을 그리워하고 조상을 찾는 DNA가 강한 것 같다. 우리는 명절 때마다 고향을 향한 귀향행렬과 본관을 묻고 조상의 업적을 자신의 일인 양 자랑스러워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곳 뉴욕에서도 조상을 찾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뉴욕총영사관 한국교육원이 해외 입양인들을 위한 초급 한국어강좌를 개설했다. 한국에 대해 궁금해하고 자신의 뿌리를 찾고 싶지만, 한국어를 배울 수 없는 환경에서 성장해 온 입양인들이 마음처럼 한국동포들과 어울리거나 한국관련 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일부 입양인들은 개인적으로 한국어를 배우기도 하지만, 강사료와 강의실 등에 대한 부담으로 꾸준히 지속되긴 힘든 실정이었다. 이에 한국교육원 이석 원장은 2010년 11월 4일부터 한국계 입양인 단체인 Also-Known-As 회원들의 요청을 적극 수용하여 한국어강좌를 개설했다. 이번 강좌에 참석한 Marissa Martin 양은 한국계 입양인을 대표해 감사의 말을 전했다. "이번 강좌를 개설해 주신 총영사관에 두 손 모아 감사드립니다. 이번 강좌가 한국에 대해 알아가는 작지만 큰 발걸음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맨해튼 34번가에 위치한 예술교육센터 강의실에서 24주간 매주 목요일 저녁 7시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되는 한국어강좌는 Rutgers대학교에서 한국어 전임강사로 근무중인 정지영 씨가 강의를 맡아 전문성을 담보하고 있다. 이 강의에는 입양인뿐만 아니라 한국어에 관심이 있는 재외동포 및 외국인 등에게도 문을 열어 누구나 수강할 수 있게 했다. 생활 속 외교를 하고 있는 것이다. 뉴욕 한국교육원에서는 수강생들의 적극적인 한국어강좌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수강료를 납부하게 하고 있다. 사실 수강료 징수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크게 부담주지 않는 범위에서 학기당 100불의 수강료를 납부하게 하였다. 하지만 납부한 수강료는 수강생들을 위한 문화행사비 등으로 다시 환원시킴으로 강좌의 질 담보와 함께 수강생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수강생은 "보건복지부에서 시행한 한국계 입양인 모국방문행사 기간 중 자신의 생모를 만나고 온 직후부터 자신의 생활에서 한국어 수강이 가장 중요한 일과가 되었다"고 말하는 등 초급 한국어강좌 수강생들의 학습 열의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그 결과 첫 해 입학한 초급 과정생 15명 중 10명이 중급 과정으로 올라가 지금은 맨해튼 예술교육센터에 초급 한국어과정과 중급 한국어과정이 개설되어 있다. 그 외에도 재외동포와 외국인학생을 대상으로 한 초급강좌가 뉴욕한인교회에서, 올 2월부터 순수 외국인을 대상으로 초급강좌가 뉴저지 지역에서 개설되는 등 2012년 기준으로 봄학기에만 뉴욕한국교육원 관할 3개 지역에 4개의 한국어강좌가 개설되었다. 이처럼 입양된 학생들의 한국어 학습 뒤에는 아들 딸의 고향찾기를 도와준 입양인 부모들의 적극적인 지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이석 원장은 말했다. 뉴욕을 중심으로 불고 있는 한국어강좌 수강에 관심있는 분은 이메일 또는 전화를 이용하여 뉴욕총영사관 한국교육원(www.nykoredu.org T.646-674-6047,6051 edu@koreanconsulate.org)으로 신청하면 언제든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2. 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에 한국어 교사양성과정 신설
한국어 보급은 재외 한국인이나 입양인 등 한국과 직간접으로 연관된 사람들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외국인들에게 한국어 보급이 더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현재 미국 중·고등학교에서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채택하는 학교가 늘어나고 있으나,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교사는 부족한 실정이다. 그 결과 타 과목 자격을 소유한 교사가 한국어 교수 자격 연수를 받은 후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교사전문성에 문제가 발생하곤 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뉴욕교육원은 미국 내 정규 중· 고등학교에서 제2외국어로서 한국어를 담당할 교사양성에 나섰다. 미국 동부지역 최초로 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State University of New York at Stony Brook) 한국학과 내에 한국어교육전공을 신설하고 뉴욕한국교육원과 뉴욕주립대가 공동으로 운영키로 한 것이다. 약 1년간 협의과정을 거쳐 2012년 6월부터 2017년 5월까지 총사업비 143만불 중 뉴욕교육원이 32%에 해당하는 47만불을 부담하고 뉴욕주립대는 96만불을 부담하여 운영하며, 5년간의 공동사업기간이 끝난 후에는 뉴욕주립대에서 100% 부담키로 한 것이다. 2012년 4월 뉴욕주립대 총장과 MOU를 체결한 이석 원장은 "이 조치로 미국 정규학교에 한국어 채택이 확대되고 있는데 비해 부족했던 한국어 교사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며, 한국어 교사가 각급 학교에 배치된 후엔 한국어 세계화사업이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주립대와 MOU엔 2012년부터 학과개설을 시작하고 2014년부턴 최소 10명 이상의 한국어 전공생을 선발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한국어과목 교사의 안정적 공급이 확보된 것이다.
3. 한글학교에 맞춤형 한국어교재 보급 및 연구시범학교 지정으로 질적 변화를
이곳 뉴욕 한국교육원이 관할하는 한글학교의 질적 변화가 시작되었다. 변화의 시작은 한국어교재 개선에서 출발되었다. 사실 영어권에 적합한 한국어교재 개발의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온 문제였다. 기존 한글학교에서 사용한 한국어교재가 전 세계 한글학교에 공통으로 사용토록 개발됨으로 현지사정에 적합하지 않은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영어권 맞춤형 교재개발에 나선 뉴욕 한국교육원은 2010년부터 2011년까지 2년간에 걸친 연구용역을 통해 미주지역 한글학교 학생들을 위한 한국어교재 3~6권을 개발하였다. 개발된 영어권 맞춤형 교재에서는 교재 속의 지시문을 영어로 제작함으로 일부 외국인 학부모들이 가정에서도 자녀들과 한국어 학습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뉴저지 '사랑한국학교' 박지연 선생님은 "교재에 사용된 삽화도 친숙한 그랜드캐니언이나 뉴욕을 배경으로 하고 등장인물도 미국인들 중심으로 함으로써 현장감을 높였다"고 말했다. 초급과정에 재학 중인 Kaitlyn O'connor 는 "전체적으로 교재색상이 밝고 영어설명이 병기되어 있어 좋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롱아일랜드한국학교 3학년인 김윤재 학생도 "한글공부를 시작하기 전에는 어떻게 공부할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막상 교재에 적힌 영어 발음으로 배우니까 자음 모음을 쉽게 따라 읽을 수가 있어요. 그림과 영어가 많이 나와 있어서 단어 공부도 쉬웠고 한글 배우기가 너무너무 재미있습니다."며 웃으며 말했다. 학부모 최숙희 씨도 "〈문화배우기〉 영역을 통해 한국문화와 타 문화를 비교할 수 있고 본문의 예문들이 영어로 설명되어 집에서 도울 수 있다는 점이 너무 좋다"며 "계속해서 고급과정까지 교재가 개발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콜롬비아대 교수, 한글학교 교사 등 뉴욕지역 한국어 전문가 3명이 동참한 이번 교재는 2012년 3월부터 일부 한글학교에서 시범 사용된 후, 9월 학기부터 대부분의 한글학교에서 사용되고 있다.

또한 지금까지 많은 재외 한국교육원이 한글학교에 교과서 지원과 운영비 일부만 지급하는 등 소극적 행정을 펼쳐온 게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한글학교가 현실에 안주하고 새로운 사업을 개발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이어져 왔다. 이 원장은 "지금까지 뉴욕한국교육원이 한글학교 159개에 학생 9,929명, 14개 현지 정규 초·중등학교에 개설된 한국어과목 한국어 수강생 1,391명을 대상으로 동포교육용 교재와 교과서 지원 등 양적 성장위주의 행정을 펼쳤다면 이제는 질적 성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 정규학교와 달리 주말을 이용해 한국어/한국문화/한국역사를 배우는 주말한글학교는 외부평가가 없다보니 우수학교 운영을 위한 외부 동기부여가 부족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에 이 원장은 뉴욕교육원 관할 159개 한글학교를 대상으로 '연구시범학교'를 운영하여 변화의 바람을 일으켰다. 동포 자녀에 대한 정체성교육 및 대한민국을 자랑스러워 할 수 있도록 대한민국의 현대인물, 발전한 대한민국상을 교육하는 '역사교육 시범연구학교'를 계획한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3개의 우수 시범학교를 지정하여 지원금을 지급하고, 1년 후 평가를 거쳐 우수 운영학교에 대해선 별도의 포상금을 지급한 것이다. 이러한 연구시범학교 운영 결과는 한글학교 교사연수회 등을 통해 타 한글학교에 전파하여 재외 한글학교의 교육력 제고에 활용하고, 지역적 폐쇄성에 갇혀 있던 한글학교에 우수 교육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였다. 향후 한글학교를 통해 한국의 역사뿐만 아니라 한국윤리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교육체제 등으로 점차 확산해 나갈 예정이다.
4. 세계 금융의 심장이자 패션의 출발지에서 울려 퍼지는 한국문화
미국의 뉴욕. 세계 금융의 심장이자 패션의 출발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때 탐욕의 상징이기도 했던 월가(wall street)는 미국의 성장과 그 역사를 함께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미국인들의 삶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월 스트리트'라는 영화도 이런 미국인을 잘 표현하고 있다. 영화에서 고든 게코로 나오는 마이클 더글라스는 '탐욕은 좋은 것'이라는 신념으로 감옥까지 갔다오지만, 결국 가족을 찾는다. 누구나 돈을 좋아하지만 가족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사실 미국의 저력은 누구에게나 기회를 준다는 데 있다. 무질서한 듯 보이면서도 체계 잡힌 시스템은 외부의 위협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근간이 되고 있다. 9. 11 사태로 한때 상당수 미국인들이 충격으로 혼란에 휩싸였지만, 그 날 희생자를 구하고 이름 모를 사람들을 위해 헌신한 영웅들을 기리며 더욱 굳건한 나라를 만들고 있다. 사실 한나라의 역사를 기록하는 것은 역사가의 일이지만, 지키는 것은 이름 없는 병사들이다. 또 역사책에 기록되는 것은 이름난 장군들이지만, 그 역사를 만드는 것은 이름 없는 병사들이다. 그러므로 위기에 강하고 위협에 굴복하지 않는 나라는 이들 이름 없는 병사들을 기억하고 그들의 영웅적인 행동을 찬양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9. 11 사태 때 있었던 이름 모를 시민들의 영웅적 행동을 기억하는 것은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멋진 일이다.

뉴욕주에는 약 1,700여 개의 학교에서 1,100,000명 이상의 학생들이 공립학교에 다니고 있으며, 그 중 3분의 1이 다른 나라 출신이다. 뉴욕주 공립학교 교육의 특징으로는 모든 학생들에게 수준 높은 예술교육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무용, 음악, 연극, 시각 예술 등의 즐거움과 매력을 느끼게 하고자 하는 것이다. 사실 학생들에게 예술의 즐거움을 알게 해주는 것은 평생의 친구를 만들어 주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또 모든 학생들이 영어로 읽고 쓰며 이해능력을 기르도록 하고자 한다. 최근 우리 교육에서도 학생들의 체험활동과 동아리를 통한 자율활동 그리고 방과후 체육활동이 강조되고 있듯이,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위해 수업중, 아침시간과 방과후 활동시간에 다양한 피트니스 프로그램 및 보건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뉴욕시의 과학 교육과정은 자연과 직접 접할 기회를 통해 주변의 자연현상을 설명할 수 있도록 문제해결능력을 향상시키고, 과학에 대한 긍정적인 학습의지를 갖도록 하는 데 있다.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적절한 과학 용어를 통해 표현할 수 있도록 하며 과학적 처리능력 및 절차에 대해서도 설명할 수 있도록 목표하고 있다.

또 영어권 국가이지만 학생들에게 영어 외에 최소한 1개 언어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타 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수업하고 있다. 개설된 언어로는 아랍어, 벵골어, 중국어, 프랑스어, 독일어, 그리스어, 일본어, 라틴어, 러시아어, 스페인어 외에도 몇몇 나라의 언어가 포함되어 있으며 그중에 한국어도 당당히 올라가 있다. 외국어 수업은 대부분 뉴욕시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제공되지만, 이원언어(Dual Language) 프로그램의 경우, 유치원부터 시작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이원언어 프로그램이란 영어와 영어에 능숙한 학생과 영어를 배우는 학생이 해당 모국어를 사용하며 학습하는 학습 향상 프로그램으로, 영어능력 향상과 새로운 언어와 문화를 익히는 WIN - WIN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그 외에도 특수아동을 위한 특수교육 프로그램과 영재아동을 위한 영재교육 프로그램, 학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을 돕기 위한 학업 중재 서비스(Academic Intervention Service) 등을 통해 출신과 배경에 관계없이 모든 아이들에게 최적의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흔히 미국이 세계 최강국의 자리를 지킬 수 있는 것은 교육의 힘이라고 한다.

아이비리그로 상징되는 유수의 대학들이 미국을 떠 받치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주에만도 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을 비롯해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현 대통령을 배출한 콜럼비아대학, 디자인분야에서 세계 최고로 일컬어지는 '파슨스디자인 스쿨', 음악쪽의 '줄리아드 스쿨' 등 180여 개의 대학이 있다. 인재의 블랙홀이자 기회의 땅 미국 뉴욕으로 지금도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자신의 젊음을 걸고 도전하는 사람들이 맨해튼을 향한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그곳 뉴욕에서 한국문화가 울려 퍼지고 있다.

New York의 유래 : 1624년 네덜란드 초대 총독이 인디언에게 맨해튼의 남단을 약 24 달러를 주고 교환한 뒤 뉴 암스텔담이라는 네덜란드 식민지로 있다가, 1664년 영국령으로 바뀌었다. 당시 영국왕인 찰스 2세가 동생인 York 공작에게 이곳을 선물로 주자, York 공작이 영국에 있는 자신의 영지와 구분하기 위해 새로운 영지라는 의미로 New York이라고 명명하면서 불리게 되었다.

[교육개발웹진 2013년 여름호] [세계의 교육] 교사의 시간은 학생들을 위해 가장 많이 할애되어야 한다.




1. 들어가며
영국 교육에 관한 원고를 부탁하시는 이메일을 받고, '영국의 선생들이 학생들을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지 써보겠습니다' 라고 제안을 했다. 회신으로 온 '원고집필요청서'에는 '학생들의 교육력 향상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하는 영국교사들' 이라는 가제가 붙어 있었다. '아, 한국은 교사들에게 요구하는 게 도덕적인 관점의 헌신이었지'를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는 가제였다. 나는 교사에게서 도덕적 헌신을 기대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본다. 세상에는 수많은 교사들이 있고, 그 모든 교사들이 투철한 도덕성과 희생정신으로 아이들을 대할 거라는 망상은 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직업이 직업이니 만큼 '나는 단순히 내 직업을 수행하고 있는 것 뿐이다'라는 태도로 교사를 하는 사람보다는 당연히 '내가 이 아이들의 미래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니까 더 잘해야지…' 라는 생각을 가진 교사들이 대부분일거라고 나는 믿고 있고, 주변에 있는 교사들은 대부분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게 사실이긴 하다. 프로페셔널한 직업관을 가지고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를 충실히 해야 하는 것이 어떤 분야에서 일하던 간에 직업을 가진 성인이 할 일이다. 교사는 직장으로 다니는 곳이 어린학생들이 공부하러 오는 장소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런 인식의 전환이 변화를 가져오고 학교의 시스템을 바꾸게 만든다. 인간의 도덕성에 기대는 시스템은 효과적일 수 없다는 사실에 누구도 반박할 수 없을 것이다. 한 마디로,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일은 헌신적인 교사만 하지만, 반드시 해야할 일은 누구나 하게 되어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영국의 시스템이 효과적이고 가장 이상적이라고 말하고자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한국과는 많이 다른, 8년간 경험한 영국의 시스템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2. 감시제도
현재 한국 학교에서 얼마나 학생들의 숙제 검사를 하는지 나는 모른다. 한가지 확실한건, 영국 교사들이 학생들의 숙제 검사에 할애하는 시간은 '한국 사람으로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양'이라는 것이다. 이제 교사를 '개인의 도덕성'에 의지해서 볼게 아니라 '임무를 수행하는 직업인'으로 봐야 한다는 것과 연계해 설명해 보겠다.

영국은 내신 성적제도가 없다. 정부 시험만 잘 보면 된다. 숙제를 안한다고 해서 내신성적에 반영되는 것도 아니니 학생 입장에서 본다면 숙제는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얘기하면 교사 입장에서도 숙제검사 같은 따분한 일은 안해도 되는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교사의 책임완수를 도덕성에만 의지 한다면, 아이들 숙제 검사는 제일 뒷전으로 밀어놔도 되는 일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영국 교사들은 숙제 검사에 엄청난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이것이 과연, 그들이 '학생을 위해 헌신하는 교사'이기 때문일까? 이것은 시스템의 문제이다.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도록 시스템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일을 제대로 하나 못하나를 감시하는 시스템이 있듯, 영국도 교사가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치고 있는지 감시하는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영국에는 Ofsted 라고 해서 한국으로 치면 장학사단 같은 것이 있다. (이들이 하는 일은 아주 방대하기에 지면상 여기서 상세히 설명하기는 어렵다. 이들이 하는 일 역시, 한국사람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세세하다. 한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장학사단이 학교를 학업성과 위주로만 평가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 장학사단은 오후 2시쯤 학교에 전화를 해서 '내일 당신 학교를 방문하겠소' 라고 통보를 한다. 영국 학교가 제일 두려워하는 전화 한통이 있다면 바로 이것이다. 이들이 학교에 와서 하는 일은 매우 많지만(보통 2일에서 3일 머문다)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 중 하나가 교사의 수업이다. '지식전달 위주의 설명식 수업'을 가장 나쁜 수업으로 평가하는 영국에서 이들이 중점적으로 보는것은 '얼마나 활발한 질문과 대답이 이루어지는지, 학생들이 얼마나 열의를 가지고 배우는지'이다. 수업에 무작위로 들어와 짧게는 30분 정도, 보통은 1시간 전부를 관찰한다. 1시간을 관찰 할 경우는 교사에게 수업등급을 준다.(outstanding, good, satisfactory, inadequate 이렇게 되어 있다. 교사들이 장학사단이 오면 가장 긴장하는 부분이 이것이다 사진 1 : 단순히 등급만 주는 것이 아니라 어떤 항목들을 수업시간에 중점적으로 보는지 기준표 같은것이 4장 정도 세세히 적혀 있다. 사진은 학교내부에서 수업 관찰때 받은 등급이다. 맨 마지막 장은 관찰자가 시간 순서대로 빼곡히 적은 내용이 2페이지 정도 들어가고,관찰자와 피관찰자가 서명하는 란이 있다) 장학사단은 수업을 보면서 학생들의 노트도 보는데,학생들의 노트가 제대로 마킹(단순한 채점이 아니기 때문에 영국에서 쓰는 말, marking이라고 하겠다)되어 있는지, 교사가 피드백을 제대로 주었는지를 본다. 평소에 마킹을 하지 않으면 안되도록 시스템이 되어 있는 것이다. 이렇게 장학사단이 불시에 오기 때문에 영국 교사들이 마킹을 열심히 한다고 하는 건 지나친 감이 없지 않지만, 불성실한 교사를 덜 불성실하게 만드는 시스템 중 하나라고는 말할 수 있다.
3. 마킹 없이는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칠 수 없다.
사실, 불시에 들이닥치는 장학사단이 무서워 학생들의 과제물을 마킹한다고 하는 교사는 영국에 단 한명도 없을 것이다.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치려면 마킹은 필수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work(학생이 수업시간에 한것, 숙제로 한 모든것을 통틀어 'work'라고 한다.)를 보지 않고 어떻게 학생들을 향상시킬수 있는지, 영국교사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영국 학교는 학기초에 학생들 시간표가 정해지면, 며칠후 숙제 시간표가 나온다. 학생들의 시간표를 고려해 숙제 시간표를 만들기 때문이다. 국영수 뿐 아니라 지리, 음악, 요리 등 모든 과목에 숙제가 있다. 숙제가 하루에 몰리면 학생들이 버거워하고, 제대로 된 숙제를 내놓지 못한다는 생각하에, 교사들이 정해진 날에만 숙제를 주도록 하는 것이다. (숙제가 너무 많아 아이가 잠을 제대로 못자서 다음날 학교 생활에 지장을 준다고 항의전화하는 부모들도 가끔 있을 정도다.) 8학년이라고 치면(우리나라 중1, 2학년) 수학 숙제 같은 경우 일주일에 두번, 30분 정도에 할 수 있는 양만 줄 수 있다. 학년이 올라가면 숙제시간도 늘어난다. 학생들은 모든 숙제와 제출날짜를 기록할수 있는 학교 다이어리가 있고, 그 다이어리에는 하루에 보통 3과목 정도의 숙제가 적힌다. 자기 시간 관리를 잘해서 정해진 날에 숙제를 제출 할 수 있도록 아이들을 어릴 때부터 가이드 해주고, 체크하는게 교사의 중요한 업무이기도 하다.

영국의 정부시험은 전부 주관식이다. 몇 문단씩 서술형으로 써야하는 과목들도 아주 많다. 이런 서술능력, 에세이를 쓰는 기술은 짧은 시간에 혼자 터득할 수 있는것이 아니다. 수업시간 뿐 아니라, 과제물을 주고, 교사가 일일이 읽어보고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에세이를 쓸 수 있는지 피드백을 주는 과정을 거쳐야만 학생들이 향상될 수 있다. 교사는 학생들의 work를 체크하면서 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점이 무엇인지를 파악할 수 있고, 이런 과정을 통해 학생들을 더 잘 가르치는 교사로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수학수업을 예로 들어 보겠다. 나는 현재 7학년부터 13학년까지 가르치고 있다. 한국으로 치면 중학교 1학년부터 고3까지이다.(영국교사들은 일정학년을 여러반 가르치는게 아니라, 한 학년에 한 반씩 가르친다.)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제일 강조하는 것이, 푼 식을 논리정연하게, 누가 봐도 어떤 생각을 가지고 푼 것인지 알 수 있도록 답을 쓰라는 것이다. 숙제를 내주었는데 답만 써오면, 제대로 된 숙제가 아니라고 다시 해오라고 한다. 이렇게 해야만 하는 이유는 수학시험문제가 이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논리정연하게 방법을 보이는 점수 따로,정확한 답에 대한 점수가 분리되어 있다. 방법은 맞았지만, 단순 계산이 틀려서 최종 답이 틀리면 방법 점수를 받게 되어 있다. 중학교 1학년 수학은 식이 매우 단순하지만, 고등학교 수학 같은 경우는 한 문제를 풀기 위해 보인 식이 한 페이지가 될수도 있다. 이렇기 때문에 수학시험지도 얇은 노트 같이 되어 있다. 답을 쓰다가 실수 할 걸 감안해 충분한 페이지가 답을 쓰는 공간으로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사진2. 수학 문제의 예. 보통 20페이지, A4 크기의 노트처럼 된 시험지가 전형적인 영국의 시험 문제지이다. 수학뿐 아니라 다른 과목들도 그렇다 시험은 무조건 볼펜으로 써야하기 때문에 실수를 하게 되면 줄을 그어 버리고 다시 푼다. 그래서 답을 쓰는 공간이 넉넉히 있는 것이다.)

학생들이 푼 식을 일일이 읽어 보고, 어디가 틀렸는지 표시해주고, 제대로 된 방법을 빨간펜으로 써주며 마킹을 하는 일은 단순 작업이 아니다. 고등학생들에게 10문제의 숙제를 주면 대략 7페이지 분량의 답을 쓴다. 한반에 15명이라고 감안하면(최종 2년간 공부하는 기간은 수학이 선택 과목이기 때문에 한반에 20명이 안된다.) 교사는 숙제 한번에 빨간펜을 들고 최소 100쪽은 봐야 한다는 얘기다. 고등학교 한반을 일년동안 가르치게 되면 이렇게 체크해야 될 숙제와 시험이 20번 정도 된다. 점수가 안좋은 아이들은 점심시간에 불러, 취약한 부분을 따로 가르쳐 준다. 고등학교 수학반은 두 반정도 맡으니까 40번이다. 고등학교 수학반 뿐 아니라 7학년부터 11학년 숙제까지 있으니, 서론에서 말했듯 영국 교사들이 work 검사에 할애하는 시간은, '한국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는 양'이라는 것이다. (사진 3. 지리 선생님이 숙제 검사를 한 예. 사진4. 내가 고등학교 3학년 수학 숙제 검사를 한 예이다.)

교사가 열심히 한 마킹을 제대로 보지 않고 무시해 버리는 학생들도 꽤 있어서 '내가 뭐하러 이렇게 힘들게 마킹을 했을까' 허무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런 마킹 과정을 통해 교사인 나는, 학생들이 어떤 부분에서 실수를 가장 많이 하는지, 어떤점을 이해 못했는지 알수 있고, 그래서 다음에 가르칠 때 학생들에게 강조해야할 점이 무엇인지 배울수가 있다. 또한 학생들이 정부 시험을 봤을때 대략 몇 점을 받을지 거의 90프로 정확하게 맞출수 있다. 나는 한국에서 잠깐 학원강사를 한적이 있다. 당시 선생님들이 하듯이 설명식 수업을 했다. 수준별로 나뉘지도 않은 반에서 설명식 수업을 했는데,그게 얼마나 말도 안되는 수업이었는지, 나는 영국에 와서 학생들의 숙제를 마킹하면서 깨달았다. 또한 질문과 답이 수없이 오가는 토론식 수업을 하면서도 많이 느꼈다. '아이들이 이런걸 모르는 거였는데, 내가 한국에서 아이들에게 무작정 설명만 한 거였구나..' 하면서.
4. 숙제 기록
영국교사들은 숙제 검사를 하면 그걸 일일이 마킹 기록부에 적어 놓는다. 이렇게 적어 놓은걸 누가 체크하지는 않는다. 필요하니까 하는 것이다. 숙제를 안해오는 아이들을 끝까지 추적해서 숙제를 하게끔 만드는 목적(이렇게 끝까지 추적하지 않으면 숙제는 안해도 되는게 되버린다.), 학부모 미팅(일년에 한번은 꼭 모든 과목 담당 선생님과 미팅을 하는 날이 있다)때 아이가 얼마나 성실하게 학교 생활을 하는지 부모들에게 알려주는 목적, 그리고 학생들이 얼마나 향상을 보이는지 알기 위함이다. 심지어는 교사 회의 때, '아무개가 지리 숙제를 자꾸 안해온다, 그래? 내 수학숙제도 빼먹었는데? 뭐야, 내 영어숙제도 지금 밀려 있어' 이런 대화를 숙제 기록부를 보면서 나누게 되고, 한 학생이 이렇게 대부분의 과목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으면 학년 주임이 나서서 집에 전화를 한다던가, 혹시 아이에게 어떤 다른 문제가 있는건 아닌지 조사를 하기도 한다.

숙제검사를 할때는 과목특성에 맞게 마킹을 하는데, 지금 있는 학교의 수학부서에서는 정확도 1부터 10까지,그리고 노력점수 ABC를 준다. 7B 라면 푼 문제중 70퍼센트가 맞았고, 중급 정도의 노력을 한게 보인다는 의미이다. 0A 도 가끔 주는데, 문제를 정말 열심히 푼 흔적은 보이는데 이해를 잘못해서 모든 답이 틀린경우이다. 물론 이렇게 마킹을 할때는 노트에 어떤 것을 잘못 이해해서 답이 틀리게 된건지 피드백을 써주고, 아무개야,점심시간에 날 찾아와라, 따로 설명을 해주겠다… 그런 멘트를 적어준다. 정말 열심히 한 숙제에는 유치하긴 하지만, 학생들이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심지어는 고3학생들까지!) '참 잘했어요' 그런 스티커를 붙여주기도 한다. (사진 5. 한 수학 교사의 마킹기록부이다. 학생의 이름 옆에는 작년에 학생이 달성한 레벨과 올해의 목표가 적혀있다. 그 목표에 해당되는 수학을 주로 가르치고, 좀더 도전적인 주제들을 수업에 포함시킨다. 출석체크랑 숙제 체크를 같이 해서, 아파서 결석을 하지 않은한 반드시 숙제를 해오도록 한다. 수열숙제가 언제 나갔고, 거기에 준 노력점수 ABC, 10점 만점에 몇점,이렇게 적어 놓은 것이다. )
5. 제도가 시스템을 바꾼다.
언제든 장학사단이 올지 모른다는 가정 하에 영국 학교들은 학교 자체 내에서 장학사단이 하는 일과 비슷한 감찰을 한다. 말하자면 모의 감찰이다. 물론 단순히 감찰을 위한 감찰이 아니라, 근본적으로는 학교의 발전을 위함이다. 학과 주임이 아이들의 노트를 샘플로 걷어 보고(이렇게 노트를 걷을 때도,공부 잘하는 학생, 중간,하위, 골고루 포함 시킨다.) 교장선생님이 아이들의 노트를 무작위로 뽑아 걷어 보는 식이다.(일주일 정도 전에 미리 알려준다. 샘플로 노트를 걷고 그 학생들과 인터뷰를 할 것이다라고. 학생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담당교사에 관해 직접적으로 질문을 하진 않겠지만 간접적으로 교사가 제때 마킹을 하고 제대로 된 피드백을 주는지 당연히 알게 될 것이다.) 또한 매년 교장, 교감,부교감,학과 주임들은 교사의 수업을 정기적으로 관찰해서 장학사단이 등급을 매기는 방법과 같은 방법으로 등급을 준다. 교장도 수업이 있다면 관찰 대상이다. (영국에는 수업을 하는 교장이 꽤 있다) 전부 주관식인 영국 시험은 학생 한명한명에게 피드백을 주는 교육을 하지 않으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없다. 학생들은 잘하고 싶어도, 어떻게 하면 잘할수 있는지 알려주지 않은면 막막해 한다. 때문에 한국 사람들이 흔히 기대하는 그런 헌신적인 교사가 아니더라도, 최소한 자신이 맡은 업무라도 완수하려면 학생들에게 할애하는 시간이 많을 수 밖에 없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사진6. 지리 문제의 예. 답을 쓰게 되는 공간이 아주 넓다. 사진에 있는 지리 문제는 8학년의 예인데, 고등학교 지리 문제 답은 한문제당 두페이지 넘게 답을 쓰기도 한다.) 정부시험이 아닌, 영국 학교 내에서 치뤄지는 시험 기간.(다시 말하지만 내신성적 반영, 그런건 없다. 최종적으로 정부 시험을 잘 보기위해, 꾸준한 향상을 보이고 있는지 알기 위해 보는 시험이다) 교사들은 어마어마한 양의 주관식 답안지를 채점하느라 피곤이 극도에 달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안쓰러운 마음을 그들에게 이렇게 표현한다. '저는 수학을 가르쳐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어요. 영어로 몇페이지씩 쓴 에세이, 그 많은 걸 언제 다 채점해요!'
6. 글을 마치며
영국와 한국의 교육 여건은 모든 면에 있어서, 남극과 적도 만큼 다르다고 해야 하나…, 적절한 표현을 찾을 길이 없을 만큼 다르다는 것,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컴퓨터가 채점한 객관식 시험, 앞에서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수업만으로 교사는 '학생들이 무엇을 이해 못하는 건지' 잘 알 수 없다는 것이 나의 경험이다. 학생들이 한걸 체크하면서 교사와 학생이 발전할수 있는 부분이 분명 있다. 그 사실은 간과되면 안 된다. 한국 교사에게 반드시 필요한 이 시간이 확보될 수 있기를, 이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래본다.